동녘교회 창립 30주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 열어

 

창립 30주년을 맞은 동녘교회가 다양한 기념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오픈 팟캐스트에 참가한 게스트들과 방청객들.

 

[고양신문]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자리한 ‘작지만 큰 교회’ 동녘교회가 지난 3일과 4일 이틀 통안 교회 창립 30주년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3일 오후에는 백석동의 두레아트홀에서 오픈 팟캐스트를 진행했고, 4일에는 행신동의 예배당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예배를 올렸다. 기념 행사에는 동녘교회의 창립자인 홍정수 목사를 비롯해 동녘교회와 크고 작은 인연을 맺은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했다. 또한 ‘동녘의 노래집’ 발간,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단체와의 연대와 같은 기념사업도 함께 펼쳤다. 최영미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했지만, 동녘교회의 서른 살 생일잔치는 의미 있고 풍성했으며, 또 다른 시작을 위한 희망찬 출발이었다.

열려있는 신앙을 주제로 펼친 수다 한마당

3일 열린 오픈 팟캐스트는 동녘교회가 5회째 진행해 온 ‘평신도들의 유쾌한 수다 주동아리’라는 팟캐스트의 스페셜 버전이었다. 주동아리는 평소 김경윤, 최향숙, 김지영 등 평신도들이 중심이 돼 진행됐지만, 이날은 특별방송답게 초대손님들의 무게감이 하나같이 묵직했다. 교회 설립자인 홍정수 박사, 연세대 교목실장 한인철 박사, 동녘교회 김경환 목사가 기존의 출연자들과 함께 마이크 앞에 앉았다. ‘내 인생의 예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출연자들은 한국의 거의 모든 교회에서 고수하고 있는 문자주의적 성서해석과 믿음 중심의 신앙행태의 굴레에서 벗어나, 역사적 예수 연구에 기반한 실천 중심의 신앙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동녘교회 팟캐스트 '주동아리'가 개최한 열린 이야기마당. 신학자와 목회자, 평신도가 한자리에 둘러 앉아 솔직발랄한 수다 잔치를 벌였다.

 

메인 게스트로 초청된 동녘교회의 설립자 홍정수 박사는 한국 개신교 역사상 가장 첨예한 논쟁을 불러 온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감리교신학대학 교수로 일하던 1992년,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당시 학장이던 변선환 학장과 함께 감리교단에서 출교 조치를 당했다. ‘변`홍 사태’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개신교단 보수화의 분수령이 된 현대판 종교 재판이었다. 출교는 그의 모든 사회적 지위를 앗아갔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진보적인 연구를 접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안겨줬다. 미국으로 건너간 홍정수 박사는 북미 진보신학자들이 중심이 돼 전개한 역사적 예수 연구 운동인 ‘예수세미나 그룹’의 기념비적인 저술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홍정수 박사가 기독교의 진보적 연구 성과와 이론들을 현지에서 흡수했다면, 이들을 한국 땅에 성실하게 상륙시킨 공은 이날 객석 맨 앞자리에서 팟캐스트 행사를 방청한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이었다. 김 소장은 예수세미나 그룹의 주요 저서 대부분과 평화와 생태를 중심에 둔 신학저술들을 번역, 소개하며 한국 개신교계에 진보적인 의제를 끊임없이 공급해왔다. 초대손님 중 한 명인 한인철 박사는 김준우 소장의 번역작업을 도우며, 진보적 신학 이론을 보다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있는 저술들을 집필해왔다. 최근 펴낸 『예수 선생으로 만나다』도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따끈한 생산물이다. 

 

객석에서 무대로 호출돼 인사를 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

 

이날 팟캐스트에서 출연자들은 성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내가 만난 예수는 누구였나, 예수의 진짜 정신은 무엇이며,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비록 질문의 무게는 무거웠지만, 대화의 주고 받음은 한없이 자유롭고 경쾌했다. (진짜 무게가 나가는 건 사회를 맡은 김경윤 성도의 육중한 덩치뿐이었다.)

역사적 예수 따르는 즐거움을 누리자

홍정수 박사는 ‘각성된 기독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기존의 박제화 된 신앙 언어에서 과감히 탈피해 객관적이고 주체적인 시선으로 예수의 삶과 종교의 의미를 성찰하는 이를 지칭하는 말인 듯 싶었다. 안타깝게도 홍 박사는 우리나라 교회의 99%가 각성된 기독교인보다는 종교적 맹신자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니 기독교의 원조인 서구사회의 사정도 희망적이진 못했다. 이미 종교 중심의 사회를 벗어난 서구에서 기독교의 기득권만을 호위하는 주류 종교인들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관심 따윈 제쳐둔 지 오래라는 것. 예수 세미나의 영향력 또한 중심 활동가들의 퇴장과 함께 식어가고 있다는 게 홍 박사의 전언이었다. 그는 “역사적 예수의 삶을 중심에 두고 모인 동녘교회야말로 유일무이한 교회로 남을 것”이라며 격려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홍정수 목사는 역사적 예수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진보신학적 정보와 이론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한인철 박사는 『예수라는 사나이』라는 책을 읽으며 ‘진짜 예수’를 만났던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예수를 실천의 대상이 아닌 믿음의 대상으로만 한정 짓는 보수 신학의 이론적 배경을 분석하며, 그러한 이론 뒤에 감춰진 기득권 세력의 욕망을 흥미롭게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한 박사는 역사예수를 따라 가는 길이 고달픈 길이 아니라 즐거운 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천적 신앙의 길을 가는 즐거움을 ‘길벗삼락’이라는 용어로 정리해 참가자들의 큰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그가 말한 길벗 삼락은 서 있어야 할 곳에 서 있는다는 기쁨, 하나가 다른 하나와 만나는 함께 변화를 경험하는 기쁨, 그리고 앞서 살아내신 예수와 더불어 가는 기쁨 등이다. 그는 이만하면 가 볼만 하지 않겠냐며 청중들을 선동(?)했다.

동녘교회 김경환 담임목사는 예수를 믿는 신앙에서 벗어나 예수를 닮아, 예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을 강조했다. 진리는 오로지 삶을 통해서만 참모습을 드러내며, 삶의 신앙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온 세상에 깃든 생명과 평화의 섭리와 소통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동녘교회만의 희소성 있는 가치 보여줘
        
평신도 게스트 최향숙씨는 역사적 예수를 알아가는 과정이 신앙과 삶을 연결해주는 과정과 일치해서 좋다고 말했고, 김지영씨는 젊은 시절부터 마음속에서 동행해 온 ‘늙지 않는 청년 예수’를 여전히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각각 오늘날의 관점에서 성서를 새로 써야 한다는 주장(김지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성서 자체는 여전히 매력과 가치를 지닌다는  주장(최향숙)을 펼치기도 했다. 홍정수 박사는 두 가지 주장이 모두 의미 있고, 서로의 주장을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둘 사이를 깔끔하게 중재했다.

사회자 김경윤씨는 동녘교회에선 ‘죄’라는 말이 금기어라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했다. 죄를 미끼로 개인의 구원욕망을 부추기는 여타의 교회들과 달리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관계 중심의 교회라는 말이었다.

그밖에도 이날 팟캐스트에선 개신교에 대한 관행적 시선을 깨는 흥미로운 발언들이 자유롭게 오고 갔다. 동녘교회 팟캐스트 주동아리 공개방송은 ‘행사 후에 광화문으로 가서 다 함께 촛불을 들자’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마무리됐다. 파격적 발언과 유쾌한 재미가 공존했던 이날 행사는 동녘교회의 태동과 30년이 지난 오늘날의 모습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 준 행사였다. 더불어 대한민국 개신교 생태계에서 희소성 있는 정체성을 가진 동녘교회의 생명력에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한 시간이기도 했다.

기념예배와 노래집 발간, 약자와의 연대 실천
  
4일 오후에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예배도 뜻 깊은 순서들로 이어졌다. 시인이기도 한 고진하 목사가 보내 온 창립축하시가 낭송됐고, 동녘 30주년 기념영상 상영, 교회 역사 소개,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으며, 창립자 홍정수 목사가 설교를 통해 동녘 30년의 의의와 소명을 이야기했다.  

 

창립 30주년 기념예배에 함께한 동녘교회 교우들과 손님들.

 

첫째 날과 둘째 날 잔치에 참가한 이들에게는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동녘의 노래집’이 한 권씩 전해졌다. 동녘교회 식구들로부터 저마다의 마음결이 담긴 노래들을 추천받아 묶어 낸 노래집에는 찬송가와 복음성가는 물론 가요와 민중가요도 골고루 섞여있다. 김경환 담임목사는 “동녘의 노래집에 동녘인들이 추구하는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30주년을 기념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집’ 건립에 힘을 보태기로 했으며, 예수살기, 촛불교회 등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을 위해 헌신하는 단체와 연대와 후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동녘교회 교우들에게 신앙생활과 사회 참여는 실천의 영역 안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체를 이룬다.

 

또한 동녘교회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창작곡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발표했다. 김경환 담임목사가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동녘교회의 정체성과 방향을 잘 담아내고 있다.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김경환 글/곡

1.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생명의 바람 하늘땅 어우러진 세상 하나님 나라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예수의 세상 생명의 세상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예수의 바람

2.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평화의 바람 열린 마음 함께 사는 세상 하나님 나라
차별 없고 폭력 없는 예수의 세상 평등의 세상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예수의 바람

3.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정의로운 바람 약자와 함께 사는 세상 하나님 나라
사람 사는 대동세상 예수의 세상 더불어 세상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예수의 바람

4.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성령의 바람 춤추고 노래하는 세상 하나님 나라
무지개빛 펼쳐지는 예수의 세상 신명난 세상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예수의 바람"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만드는, 참다운 신앙인의 길을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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