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3주년도 기념해 공연, "독도는 한국땅" 일본에 전달

홀트학교 공연단과 라보엠의 협연은 독도를 넘어 일본에까지 그 메아리가 울려 퍼질듯 선율이 아름답고 힘이 넘쳤다.

[고양신문] 8월 8일 수요일 새벽 4시. 홀트학교(교장 김봉환) 정문 앞에는 어둠을 밝히며 삼삼오오 승용차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교문과 가까이 한 운동장 앞에는 노란색 홀트학교 버스 2대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인원 체크와 준비물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느라 바삐 움직였다. 어느새 30분이 흘러 4시 반이 됐다. 출발 준비는 문제없었다. 드디어 홀트학교 국악부(12명) ‘우리랑’과 오케스트라(9명)‘예그리나’의 독도 단독 연주회를 향한 52명(인솔자 스텝)의 2박 3일간 긴 여정이 시작됐다. 

8월 8일 새벽 4시 홀트학교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새벽 4시반 버스 두 대는 강원도 강릉으로 향했다.

새벽공기를 뒤로하며 3시간 40여 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린 두 대의 버스는 8시 10분 강원도 강릉항에 도착했다. 촉박한 스케줄이 시작됐다. 승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일행 52명은 아침 식사를 맛있는 죽으로 대신했다. 곧 울릉도행 배를 타면 뱃멀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죽을 먹었다. 배에 오르길 무서워 했고 학생들의 긴장한 모습이 중간중간 보였다. 절대로 안탈 것 같이 울며 버티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 학생을 담당교사는 전혀 무섭지 않다고 안심시켰다. 존경스러울 만큼의 인내심과 차분한 목소리로 학생을 안심시켰다. 그 학생은 금방과는 전혀 다른 편안한 모습으로 선생님의 손을 잡고 자리에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불안과 설득 저항과 안심, 다독이는 모습들은 홀트학교의 일상처럼 느껴졌고 그 과정을 통해 하나 됨이 느껴졌다. 일행 중 몇몇 사람들은 멀미 예방을 위해 약을 먹기도 했다.

강릉항에 도착한 홀트학교 공연단 일행. 배는 조금 고팠지만 배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약간의 죽으로 대신했다.

오전 9시 21분, 420톤 규모의 여객선 시스타 11호가 강릉항을 출발했다. 잠깐의 시간에도 배는 생각보다 심하게 울렁댔다. 곧 뱃멀미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처음 탈 때의 어지러움이 10여 분 간 지속됐다. 검은색 봉투를 꺼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뱃멀미를 준비하는 승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며 피곤한지 하나 둘 잠이 들었다. 오후 12시 40분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홀트학교를 반겨주듯 하늘은 화창한 파란색 얼굴을 보여줬다. 육지보다는 다소 더움이 덜했다. 한두 명씩 하선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밝은 표정들이었다. 울릉도를 처음 와본 사람들은 이곳이 울릉도라는 것 자체만으로 신기해했다. 

울릉도에 도착한 공연단이 환호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홀트학교 학생들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울릉도 첫 발 기념 단체 사진을 찍었다. 곧바로 울릉도에서의 정식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허기진 배를 채운 점심 후 일행은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각자 방을 배정받고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대한민국 역사의 한 부분인 울릉도 수토 역사 전시관으로 향했다.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온 조선의 기록과 자료를 열람했고 울릉도를 수토라는 특별한 제도로 관리해온 수토사들의 활약상도 알게 됐다. 이어 고증을 통해 복원한 수토선에 들어가 조상들의 영토를 지키겠다는 애국심도 느꼈다. 

공연 당일인 8월 9일 숙소에서 보이는 여명.

저녁이 됐다. 저녁 식사를 마친 일행은 잠시 일정 등을 공유하고 방으로 향했다. 금방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챙기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는 8월 9일의 날이 밝았다. 동쪽 하늘에서 구름 사이로 붉은 태양이 비쳤다. 파도는 다소 웅장하지만 잔잔했다. 멀리 배 한 척이 유유히 항구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안심을 했다. 공연을 위해 아침 7시 50분 숙소를 출발한 일행은 8시 20분 울릉(사동)항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잠시의 여유도 없이 일행보다 일찍 출발한 악기가 보였다. 8월 7일 오후 2시에 출발해 육로로 포항을 거쳐 울릉도에 도착한 악기다. 

미리 도착해 있던 공연 악기는 어렵사리 배에 실을 수 있었다.
파도와 바람, 변화무쌍한 날씨로 악기를 단단히 고정해야 했다. 

일단 독도행 배만 타면 된다. 순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파도가 조금 높아 악기를 실을 경우 파손의 위험이 있고 설사 독도에 가더라도 접안을 못 하면 사람도 악기도 못 내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객선 담당자의 그 말에 걱정이 밀려왔다. 스태프들은 독도연주회 여정중의 한 부분이라 생각했고 여객선 관계자들에게 이번 연주의 뜻을 전달했다. 안전을 고려한 긴박한 시간이자 결단이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결과는 도전의 진행으로 가닥이 잡혔다. 연주를 할 수 있는 시공간적 허락은 자연만의 영역이라 판단했다. 어렵사리 결정된 승선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악기를 소중히 하나하나 배에 올렸다. 튼튼하게 이중 삼중으로 고정도 했다. 경기도교육청 영상팀 레알스쿨과 홀트학교 홍보대사 듀엣 가수 ‘라보엠’도 합류했다. 총 인원은 61명이 됐고 일일이 신분증과 명단 대조 후 승선했다. 독도로 배가 출발했다. 기분인지 긴장인지 배는 흔들림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서로가 말은 안 했지만 긴장한 모습들이 역력했다. 일부러 잠을 청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배안에서 본 독도. 감동 그 자체였다.

어렴풋이 멀리서 “독도다~”라는 말이 작게 들렸다. 그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리저리 배 밖으로 눈이 향했다. 독도는 “나를 쉽게 보여주지 않겠다”라는 듯 잠깐 눈에 들어왔다 사라졌다. 30여 분이 흘렀다.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독도가 배의 왼쪽 편으로 눈에 들어왔다. 모두 신기한 듯이 창밖을 쳐다보며 찍을 수 있는 모든 기기들을 이용해 독도를 담았다. 울릉도에서 2시간 50분을 달려 오전 11시 독도를 바로 눈앞에 둔 것이다. 독도수비대가 경수경례를 하며 일행을 반겼다. 방송과 사진에서만 보던 그 모습이었다. 다행히 파도가 높지 않았고 바람도 적당해 문제없이 독도에 접안했다.

독도에 온 것을 환영하는 독도경비대가 경례로 공연단을 맞이했다.

이제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모든 일은 신속히 진행해야 했다. 우리나라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것을 홀트학교 연주로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도 악기는 소중히 다뤄지며 독도 중앙에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그 시간 독도 위에 있었던 모든 이들은 악기와 함께했다. 리허설도 잠깐.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연습한 대로 음색을 맞춰볼 수밖에 없는 짧은 시간이었다. 박에스더 홀트학교 예술부장은 “학생들이 저보다 더 대견하다, 배를 타고 오면서 멀미가 심했는데 갑자기 멈췄다. 공연을 위한 준비와 감격스러움 덕분인 것 같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학생들과의 연주가 감격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없다. 너나 없이 악기를 나르고 설치하는 학생과 스태프들.

연주회가 11시 26분 박에스더 부장의 손끝에서 시작됐다.‘아리랑 메들리’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벅차오름에 모두 울컥해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파도는 잠잠해지고 바람은 잠시 숨을 죽였다. 지휘자 박에스더 부장의 얼굴과 등에는 땀이 장맛비 오듯 했고, 모두의 열정을 공연에 온전하게 녹여냈다. 그 열정은 연주가 되었고 음악이 되었고 독도는 홀트학교의 진행형 도전정신이자 상징이 되었다. 듀엣 라보엠 역시 학생들과의 협연에 가슴 벅차오르듯 손끝을 하늘과 바다에 그렸다. ‘아름다운 나라’ ‘소망에 관하여’, ‘하나 된 열정’ 등 총 네 곡이 감동과 도전으로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김봉환 홀트학교 교장은 끊임없이 체크하고 기록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김 교장의 세심함을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아래 그들의 공연의 흉내낼 수 없는 큰 울림이었다. 

“오고 가는 길이 다소 부담스러웠었는데 음악회에 임하는 학생들과 관계자들의 열정에 감동스러웠다. 우리 역시 오늘 공연이 큰 영광이었다”라고 라보엠은 말했다.
여석기(바이올린·홀트학교 고2) 학생은 “오늘 친구 동생 형들하고 연주를 하니 정말 좋았고 신났다. 돌, 산, 바다, 배가 있는 곳에서 처음 연주를 해봤다. 박에스더 선생님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 영상채널 ‘레알스쿨’은 홀트학교 독도연주회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감동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주변의 동행으로 감동과 환희, 벅차오름의 공연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어진 시간은 이제 15분. 공연자들은 연주회에 큰 도움을 준 독도수비대와 듀엣가수 라보엠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독도경비대에 감사장을 전달한 공연 스태프들과 홀트학교 김봉환 교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그래도 기록이 아니었던가? 다 함께 한 일행은 독도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악기를 정리해 배에 싣느라 또 한 번 분주했다. 딱 한 시간만 허락 된 바쁜 여유는정확히 60분 안에 마무리됐다. 울릉도행 배는 오후 12시 독도를 떠났다. 둘러볼 틈도 없던 독도의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긴장의 연속과 짧은 시간은 자연스럽게 잠이 오게 했다. 2시 20분 다시 울릉도에 도착했다. 악기를 옮겨 포항에 보내야 하는 마무리 일이 남아 있었다. 일사불란하게 모두 자기 일이라는 듯 학생과 교사들은 악기를 1톤 흰색 포터 탑차에 모두 옮겼다. 잠시 여유가 생겼다. 모두가 문제없이 성공했다는 안도와 환희가 교차했다. 손뼉을 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도전과 광복 73주년을 기념하는 감격의 홀트학교 독도연주회는 마무리 됐다. 

네 곡의 공연으로 특수학교 최초 독도공연을 펼친 홀트학교 공연단이 손을 흔들고 있다.

숨을 돌린 공연단은 울릉도를 아쉬어 하며 체험학습으로 이어갔다. 울릉도의 역사가 스며든 명소 이곳 저곳을 돌며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숙소로 돌아와 서로를 격려하는 잠깐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긴장이 풀린 듯 신나게 노래를 하며 독도연주회 성공을 축하했다.
독도연주회에 함께한 김현수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사는 “홀트학교 학생들 정말 대단하다.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에서 감동의 음악회를 보여줌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도전과 감동, 위로, 애국심까지 보여준 홀트학교에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독도공연을 마치고 울릉도로 향하기 위해 승선하는 공연단.
공연 후 배 위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독도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2박 3일 일정 마지막 날. 울릉도 전망대와 수중 수족관을 돌며 자연도 함께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날인 8월 10일 오후 2시 50분 울릉도를 출발한 388톤급 여객선 시스타5는 저녁 6시 5분 강릉항에 도착했다. 강릉항은 홀트학교를 응원하듯 붉은 노을과 넘실거리는 파도를 멋있게 보여줬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7시 20분 강릉항을 떠나 밤 11시 7분 일산 홀트학교에 도착했다. 학교 앞 정문 앞에는 학생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들은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대견해 “잘 갔다 왔어? 고생했어!”라며 아이들을 꼭 안아줬다. 학생들은 그들의 공연이 얼마나 위대했고 역사적이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엄마~”라며 어리광부리고 안심한 듯 그 품에 꼭 안겼다. 말은 없었지만,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그렇게 홀트학교 독도연주회는 가치 있고 뜻 깊은 공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1시간 만에 다시 작별하는 독도 경비대원들.

이번 음악회는 장애를 극복하고 무한한 예술세계와 접목하고 있는 홀트학교 풍물부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비장애인, 팝페라 듀엣 라보엠의 협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간 연주회였다. 
김봉환 교장은 "특수학교 지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홀트학교 예술단들이 대한민국 최초로 우리의 땅 독도에서 음악에 대한 꿈과 뜨거운 열정을 애국심으로 승화시켰다. 온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매우 뜻 깊은 독도 사랑 문화예술 공연이었다. 홀트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라며 의미를 되살렸다.

공연을 마치고 울릉(사동)항에 도착한 자랑스런 공연단. 입가에는 부듯함이 가득했다.

홀트학교는 독도가 우리나라의 영토이자 주권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만들었으며, 국민들에게는 도전과 성공으로 장애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동안 긴 여정을 준비해오고 독도연주회의 성공을 위해 홀트아동복지회와 울릉군, 경상북도, 고양신문, 오빠네 떡볶이 등이 적극 후원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이 함께 했다.
이번 독도사랑 연주회 영상은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unb7c_BHAvk)에서 ‘독도사랑 음악회’를 검색하면 그 벅차오름과 위대함을 시청 할 수 있다.

독도와 육지의 가교 역할을 해준 울릉도의 아름다운 전경.
독도 연주회 이후 울릉도는 더욱 반가웠다. 
울릉도의오징어를 말리는 풍경.
언제나 하나였던 가장 아름다운 두 손이었다. 한 홀트학교 교사가 2박3일 동안 학생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그 덕에 아무 탈없이 독도 연주회가 마무리 된 것 같았다. 
약간의 언덕도 무서워 했던 학생을 격려하고 두 손 잡고 기다려준 교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독도 공연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관심이고 보살핌이었다. 서로의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울릉도의 밤은 홀트학교 공연단과 함께 아름답게 물들어 갔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