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전하는 뉴스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 맞아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

‘자살유가족×따뜻한친구들’ 진행
공감과 연대로 묻어둔 아픔 풀다

[고양신문] 한국에서 매년 자살자는 약 1만5000명, 하루에 37명꼴로 40분마다 1명씩 자살에 이르는 실정이다. 자살 사망자 1명에 대해 최소 5∼10명의 자살 유가족이 생기며 그 숫자가 최소 8만3000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살 유가족은 일반 사별의 아픔과 다르게, 가족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마음의 고통을 심하게 겪는다. 

11월 추수감사절 전주 토요일을 ‘세계 자살유가족의 날’로 지정해 현재 18개 국에서 추모하고 있다. 이날은 부친을 자살로 잃은 해리 레이드 상원의원의 발의로, 1999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1월 18일, 창비 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자살 유가족×따뜻한 친구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 ‘2018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건강한 밥상 나누기’를 시작으로, 그간 애써 외면했던 즐거움과 행복을 일상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초대했다. 대화를 나누며 얼어붙었던 마음을 열고 색색의 실을 코바늘로 떠가며 서로 간에 따뜻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이 떠내려간 실뜨개 조각들은 생동력 있는 생명의 연결 고리로 재창조되었다. 가면을 쓴 유가족 무용가의 안내를 따라 뜨개 조각들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행사장으로 인도되었다. 마치 자살로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나고 자리에 없지만 남아있는 유가족과 생명의 끈으로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가슴 깊이 여운을 남겼다.
 

이날 참석한 자살 유가족×따뜻한 친구들 40여 명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함께 낭송하며 묻어두었던 담담함과 떨림, 붉은 눈시울을 털어놓았다.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고통까지 인정하면서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란 문구가 희망처럼 다가온다. 언젠가 내 안의 상처도 치유되고 회복될 것이다.” 
중앙에 드리워진 조각보에는 드러내지 못했던 속마음의 조각들을 적고 한 땀 한 땀 엮어갔다.
“나한테 잊어버리라고 하지 마. 그리워!”, “삶속에 있는 기쁨과 슬픔을 아름답게 노래해”, “어렵고 힘들 때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마음과 마음의 연결로 엮어진 조각보는 참가자들이 함께 손에 손을 맞잡고 들었다, 내려놓았다. 각자 돌아가며 한 명씩 조각보 안의 안전한 공간을 넘나들며 소리 높여 외쳤다. “살아남아줘서 고마워.” “말이 목에 걸리지 않는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을 희망해.” 조각보 안을 뛰어들며 목청껏 외치던 참가자들은 짓눌렸던 삶의 무게들을 내려놓고 그 순간 홀가분한 존재로 빛났다. 음악 소리에 맞춰 둥그런 원을 그려가며 춤도 추었다. 각자가 살아온 길도, 슬픔도, 크기도, 모양도 모두 달랐지만 서로 간의 편안함과 존중, 신뢰로 하나가 되었다. 걸어가는 인생길을 축복이라도 하듯, 노래와 함께 주변을 밝혔던 분홍색 종이조각들을 집어 서로들의 머리에 뿌리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정성스레 환대했다.

이번 행사를 마치며 한 참가자는 “일상을 살다 지칠 때,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마음의 오르골 하나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2018–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행사의 국민연구자이자 유가족 당사자인 김혜정씨는 “자살유가족에 대한 공감과 따뜻한 연대를 위해 이번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8.3배가 높다. 자녀를 키우는 유가족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위험 등 복합적인 심리적 재난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민들레 홀씨 되어 ‘자살 유가족×따뜻한 친구들’이 곳곳에 퍼져, 유가족들이 당당하게 생의 주체자로 온전히 서길 바란다. 그들은 더 이상 불쌍한 피해자나 기피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보듬고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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