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혁신교육지구 사업 1년 해보니…>

(왼쪽부터) 고양시 평생교육과 혁신교육팀 연구교사로 지난해 3월부터 고양시청 파견근무를 한 송원석 교사와, 신동석 교사. 이들은 현직교사로 올해 2월까지 시청에서 근무한다. 지난 6개월 동안 ‘교육공동체 욕구조사’를 진행해온 홍주은 진저티프로젝트 대표.

<인터뷰> 송원석·신동석 교사, 홍주은 대표 

올해 최우선 사업으로 기대하는 것은
교육주체가 모일 수 있는 ‘장소’ 확보

[고양신문] 올해로 2년째인 고양시 혁신교육지구 사업. 올해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고양시가 2018년 혁신교육지구 첫해를 맞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업은 6개월에 걸친 '교육주체들에 대한 욕구조사'였다. 최근 그에 대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실제 사업진행은 따로 놀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지자체와 지역교육청이 협업하는 관계지만 실제로 사업비는 지자체가 내고, 사업계획은 교육청이 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육청 내에서도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 각 파트의 사업계획이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주체들 간의 ‘협업’이다.

모든 교육주체를 대상으로 한 공통된 질문인 2019년 최우선 사업으로 응답한 결과 중 1위는 ‘사업활동을 위한 공간 및 시설 확보’였다. 공간이란 교육주체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대화와 협업을 통해서만이 혁신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신동석 교사는 “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을 학교에만 쏟아 붓는 일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예산지원이 학교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실제로 혁신교육은 도시재생이나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며 “기본적으로 거버넌스를 활성화시키는 사업임에도 이를 별개로 보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예산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2019년 사업은?
응답자 : 모든 교육주체(학생·학부모·교사·시민사회·관공서)

1위 : 협업을 할 수 있는 활동공간과 시설 확보
2위 : 교육주체들이 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이를 홍보·공유하는 작업
3위 : 각 주체들이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 창구 마련
4위 :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활동할 마을교사와 퍼실리테이터 양성
5위 : 실제 사례가 담긴 마을 교육과정 개발
6위 : 마을 자원(인적·물적) 지도 제작


‘혁신교육’이란 단어의 한계
학교가 아닌 마을공동체 사업

고양형 혁신교육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고양시가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주제와 전략을 담고 있는 사업의 ‘이름붙이기(네이밍)’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주은 대표는 “혁신교육이란 말은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혁신교육은 학교가 아닌 학교 밖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학부모그룹과 시민단체, 지역의 숨은 전문가들이 교육에 참여할 의지가 있어야하고 이들이 모여 논의해야한다는 의미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혁신교육의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야 하는데, 혁신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가진 오해 때문에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학교사업으로 읽혀 사업 홍보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홍주은 대표는 “혁신교육의 핵심내용과 참여유도를 위해 고양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이름을 정하는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주엽고등학교 학생들이 연천군 한탄강을 찾아 주상절리, 습곡구조 등을 직접 관찰하는 야외지질답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고양시>


고양시가 집중해야할 분야
‘문화예술’과 ‘평화교육’

성공적인 교육혁신 사업을 진행한 지자체는 나름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는 지자체가 ‘방과후학교’를 책임지고 있고, 오산시는 ‘평생학습도시’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혁신교육사업 자체만으로 도시의 전체적인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교육 1년차인 고양시는 아직 주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에 들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에 논의된 바로는 ‘문화예술’과 ‘평화’라는 단어로 합의가 모아지고 있다.

고양시는 그 어느 도시보다 문화예술인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거기에 방송국, 공연장, 호수공원 등의 물리적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마을에서 교육주체들을 잘만 꿰어낼 수 있다면 훌륭한 교육자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평화’라는 단어는 접경지역 도시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단순히 남북갈등을 해소하는 평화가 아닌 ‘일상에서의 평화’를 말한다. 좁게는 학교폭력, 따돌림 등의 갈등에서부터 사회적 계층 간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한 교육을 특화하자는 것이다.
송원석 교사는 “평화교육은 청소년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와 평생학습 차원에서 성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 “틈이 필요합니다”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이야기한 단어 중 하나가 ‘틈’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틈이라는 거죠. 시험과 성적으로 돌아가는 빡빡한 삶이 아니라 쉴 수 있는 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틈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이 얘기하고 있어요.” - 홍주은 대표

홍 대표는 혁신교육이 가져가야 할 비전을 ‘틈, 꿈, 쉼’이란 단어로 압축해 표현했다. 교육주체들이 ‘청소년들에게 틈을 줘야 한다’는 합의가 선행되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선 각 주체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하다.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공간도 확보돼야 하고, 학부모에게 학교의 문턱을 낮춰야 하며, 학생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더 줘야한다.

사례를 통해서도 혁신교육 성공의 비결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혁신교육 전문가인 김용련 한국외대 교수도 “성공 지자체마다 비결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우연이었다’, ‘운이 좋았다’라는 답을 공통적으로 들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마을공동체, 교육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각각의 교육주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열정이 우연을 만들어냈다.

송원석 교사는 “혁신교육은 지자체장만을 바라보면서 사업이 잘 진행되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교육주체 스스로가 만나고 참여해야 모두가 존중받는 교육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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