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철 바른실장학회장

고향인 고양에서 병원 개원
IMF외환위기 때 장학회 설립 
중학생 장학금 복지시설 후원
‘바른실’의 뜻과 행동 이어지길

 

안성철 바른실장학회장은 육체적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탄현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고, "작은 정성이라도 모으면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조금은 도울 수 있고 그러면 사회는 그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장학모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1998년 IMF외환위기 당시 돈이 없어 밥을 못 먹는 학생들이 있다는 딱한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몇몇이 십시일반 모아 급식비를 지원하는 작은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몇몇 복지 시설에도 약간의 후원금을 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시간이 많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서 남을 돕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시간을 아끼고 작은 정성이라도 모으면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조금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성철 바른실장학회장은 20년 넘게 모임이 깨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은 모든 회원들이 그런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몇 번에 걸쳐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흔쾌히 회장 자리를 맡으며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그 자신이 고양시에서 태어난 토박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그렇게 일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여기는 듯 했다.

안 회장은 의사였던 작은 할아버님과 옛 백마역 앞에서 백마의원을 운영했던 아버님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 의대를 졸업하고 보령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일산신도시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90년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와 개인병원 문을 열었다. 처음 3년은 원당에서 한양정형외과로, 그 후에는 20년간 현재 자리에서 탄현정형외과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을 만나왔다. 9명의 직원 중 3명이 20년 가까이 함께 일을 하고 있고, 나머지 직원들도 대부분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고 있단다. 
  
안 원장은 환자가 육체적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병은 때가 되면 낫게 될 수 있다는 것. 요즘 병원들은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환자 중심의 진료가 아니라 병원 중심의 진료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했다. 

“얼마 전 어떤 여자 분이 미국에서 왔다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동안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더군요. 20년 가까이 탄현정형외과에서 치료를 잘 해주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잊을 수 없어 찾아왔다는 거예요. 병원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IMF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 이웃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고자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1998년 바른실장학회를 설립했다. 큰 자본이나 출연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장학회가 아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한 순수 민간후원단체 성격이다. 25명의 창립멤버 중 13~14명이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고, 전체 인원은 약 90명이다. 매월 모임을 통해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다지며 소외된 이웃에 대한 후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바른실장학회는 지난해 연말 장학생들을 초대한 가운데 회원들과 조촐하게 2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진 = 정재훈 회원 페이스북]

 

일산중학교, 원당중학교, 고양중학교, 덕양중학교에 장학금을, 천사의 집, 샘터마을, 벧엘의 집 등 복지 기관에는 후원금을 전달한다. 창립초기부터 지금까지 회원들이 매월 내고 있는 2만원의 회비가 재원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장학생들을 초대한 가운데 회원들과 조촐하게 2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바른실은 사회의 터진 부분과 좋지 않은 구석을 우리가 실로 바르게 꿰매주자는 의미로 김훈래 운영위원이 이름을 지었어요. 개인적으로 고양시내에 저희처럼 작지만 20년 이상 장학모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말을 아직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매월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들이 연말이면 저희에게 감사편지도 보내오죠. 그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바른실의 뜻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또 이어간다면 우리사회는 분명히 그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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