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체육교류협회 토크콘서트> 최초 축구한일전 ‘현해탄 각서’
54년 도쿄 스위스월드컵예선
그날 축구는 치열한 전쟁였다
5대1로 일본 꺾자 눈물바다
일본서 태극기 처음 흔든 날
[고양신문] 축구 한일전, 그 첫 번째 경기는 어땠을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축구상식 중 하나가 한일전 중 가장 큰 점수 차가 난 경기가 1954년 도쿄에서 열린 첫 번째 경기라는 사실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당시 남한은 국가대표팀을 꾸릴 수 있는 역량이 되지 못했지만, 생업에 종사하고 있던 소문난 축구인들을 어렵게 모아 일본 도쿄에서 5대 1의 대승을 거두었다.
스위스 월드컵 지역 예선전이었던 그날(1954년 3월 7일)은 일본땅에서 태극기가 공식적으로 게양되는 첫 날이기도 했다. 태극기가 올라가자 경기장을 찾은 재일동포들과 선수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선수 중에는 과거에 일장기를 달고 뛰던 선수도 있었지만 이번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일본 선수들을 무찔렀다. 선수들의 평균나이 35살로 이룬 첫 번째 ‘도쿄대첩’ 이야기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14일 일산서구 원마운트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남북 축구 이야기 행사에서 축구 한일전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과 김두관 국회의원, 이회택 전 대표팀 감독, 차승재 영화제작자, 이재형 축구 수집가 등이 참석해 한일전 승리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당시 선수들은 어떤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재형 수집가는 선수들을 직접 만나 수집한 사진 등 여러 자료들을 공개했다. 또한 당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공격수 최정민 선수의 딸 최혜정씨가 깜짝 등장해 축구화와 유니폼 등 당시 경기에 사용된 아버지의 유품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말로만 전해지던 ‘현해탄 각서’의 원본이 이날 일반인들에게 최초로 공개됐다. 현해탄 각서란, 도쿄로 향하기 전 한국 선수단이 “만약 일본에 패할 경우 모두 현해탄에 빠지겠다”고 서명한 각서를 말한다. 각서를 통해 당시 한일전이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경성 이사장은 “일제강점기 시절엔 태극기를 흔들면 잡아갔는데, 재일교포들이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서 태극기를 맘껏 흔들며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큰 감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축구 수집가는 “전쟁터에 나가는 심정이었을 선수들은 일본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속으로 흐느꼈다고 한다. 회고록에서 이런 내용을 접하고는 당시 기록을 꼭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됐다”고 말했다.
차승재 영화제작자는 축구 첫 한일전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전 8개월 만에 대표팀이 급조된 이야기, 경기 전 추운 날씨에 발이 시려 축구화에 고춧가루를 넣고 뛰었던 이야기,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하고 싶은 마음에 각서까지 쓴 선수들의 심정 등 전장에 나가는 마음으로 축구경기에 임했을 선수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