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B는 직원 80여 명을 고용해 인쇄 및 제본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재의 인쇄와 제본이 주된 일이기 때문에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에 납기를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사는 납기일 3개월 전인 12월~2월과 6월~8월에는 거의 야근을 하다시피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연장근로가 집중되는 성수기에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평소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성수기가 끝나는 3월이나 9월에 유난히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때 퇴사하는 것이 직전 3개월의 급여 총액이 최대라서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성수기가 끝나면 앞 다투어 여러 명이 동시에 이직을 하다 보니 갑작스런 업무 공백으로 거래처의 납기일을 못 맞출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3년 전 B는 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퇴직금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을 구할 때 법이 정하는 3개월이 아닌 1년 급여 평균으로 하는 것으로 당시 전체 근로자들과 합의했다. 그 이후로는 성수기가 끝날 때 퇴사자들이 몰리는 것도, 어쩔 수 없이 비수기에 퇴사하는 근로자가 퇴직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아쉬워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퇴사한 근로자 A가 회사 경리부에 자신의 퇴직금이 잘못 계산된 것 같다는 문의를 해왔다. A는 퇴사하기 직전 3개월 동안 연장근로가 많아서 퇴직금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받고 보니 본인이 계산한 퇴직금보다 적다는 것이었다. 경리부 담당 과장은 3년 전부터 모든 근로자에게 3개월이 아닌 1년 급여 평균으로 퇴직금을 산정하여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A가 입사할 때 이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A로부터 아직까지 별다른 연락은 없다. 하지만 A의 전화가 계속 못내 마음에 걸린다. 왜냐하면 회사와 근로자간 퇴직금 산정을 1년 급여 평균으로 하겠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로기준법은 평균임금에 대해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법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휴업수당 등을 지급할 때 평균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취지다. 이 사례에서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6개월 단위로 반복되므로 최소 6개월 또는 12개월 단위기간 평균으로 산정하는 것이 더 공평하고 통상의 생활임금에 가까워 보인다. 

일률적으로 3개월의 급여 총액을 평균임금으로 하는 현재의 방식보다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해서 6개월 또는 1년 급여를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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