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껄끄럽던 ‘상인회 - 노점상’ 전통시장 활기 되찾으려 힘 모아

▲ 원당시장 상인회 임원들과 노점상인들이 시장 발전을 기원하며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원당시장 상인회는 지난달 20일 노점상 25개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시장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30년간 껄끄럽던 ‘상인회 - 노점상’
시장 활기 잃자 손잡고 재기 노려
노점 25개, 상인회 회원으로 가입
벤치마킹으로 다양한 먹거리 시도
“전통시장 상생모델로 성공 기대”


[고양신문] 고양시 덕양구 원당전통시장 상인회가 25명의 노점상인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30여년간 대립각을 세우던 시장 상인회와 노점상이 싸움을 끝내고 상생하기로 결정한 것. 노점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상인들이 이번 결정으로 마음의 문을 열면서 시장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분위기만 바뀐 게 아니다. 시장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시장골목 가운데 위치한 노점들이 통로에 쌓아두던 적치물을 치우면서 골목이 한층 깔끔해졌다. 상인회가 노점을 껴안자 노점도 다 같이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길가에 쌓아두던 노점 물건을 조금씩 치웠을 뿐인데 단골손님들이 깨끗해졌다고 금방 알아보시더라고요. 시장이 깨끗해지고 손님이 늘면 장사하는 사람 모두가 좋은 것 아니겠어요.”

30년 전통의 원당시장 상인회가 노점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강연희 상인회장은 “노점상인들에게 발언권과 투표권을 주기로 하는 대신 신규회원(노점) 준수사항을 통행 메뉴와 좌대 등을 개선해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서비스를 향상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노전상들도 상인회 가입으로 노점이 양성화되는 것을 크게 반겼다. 홍남용 원당시장 노점상 회장은 “그동안 상인회 회장이 바뀔 때마다 시장 골목을 무단점유했다는 이유를 들어 저희들을 쫓아낼 생각만 했는데, 올해 회장이 바뀌면서 시장 운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 감사한 마음뿐이다”라며 “준수사항들을 잘 지켜 시장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노점상과 상인회는 의용소방대를 함께 결성해 화재예방에도 각별히 신경쓰기로 했다.

25명의 노점상들은 입회원서에 담긴 운영자 준수사항에 모두 서명했다. 준수사항 첫 번째는 ‘노점 실명제’다. 대리운영이나 운영권 전매를 막겠다는 취지다. 시민불편을 줄이고 화재안전을 위해 가판대 주변 적치물은 금지하기로 했다. 판매품목과 구조물(좌대) 외관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도 금지했다. 다양한 먹거리와 통일된 외관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상인회와 노점상의 상생은 역설적이게도 전통시장의 위기에서 시작됐다. 손님이 점점 줄어들자 상인회 회원들은 간편 먹거리를 주로 판매하는 노점상을 시장 활성화에 적극 활용하자는 데 합의했다. 탈출구를 찾다보니 단점도 장점으로 보였던 것.
 

▲ (사진 왼쪽부터) 홍남용 원당시장 노점상 회장과 강연희 원당시장 상인회장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강연희 상인회장은 “그동안 노점을 대립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비타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노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먹거리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나아가 전주남부시장과 같은 청년야시장 모델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노점상을 정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시장을 바꿀 다양한 사업들도 곧 진행된다. 우선 노점상 좌대를 전통문양을 접목한 통일된 디자인으로 새로 단장할 계획이다. 또한 노점 전용 공동수도를 마련해 먹거리 위생에 신경 쓰기로 했다.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LPG가스통은 없애고 전기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것도 합의했다. 노점에 인덕션을 사용하는 방안은 강남구 등 일부 지자체가 시행했던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강연희 상인회장은 “가스통만 없어지더라도 좌대 주변이 한층 깔끔해질 거다. 골목 중앙에 자리한 노점은 시장의 얼굴이다. 시장이 깨끗해지면 손님도 늘어날 것”이라며 “먹거리의 다양화와 차별화를 위해 전국 유명 먹거리시장을 벤치마킹하는 등 열심히 공부해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남용 원당시장 노점상 회장은 “상인회 분들과 합심해 먹거리 특화장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전통시장 상생모델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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