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도시를 위한 심층기획 / 어떻게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1>건강수명을 갉아먹는 과도한 의료화 '다제약복용'

 

메르스 사스 코로나19 등 새로운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미래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문제일까요, 이제 나와 이웃, 인류의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나친 육식위주의 식생활과 과식, 과욕,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의 과잉, 약과 항생제의 무분별한 처방 등 그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비대하게 성장한 시장은 자연의 생태계는 물론 우리 몸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면역력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과학과 의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지만 인간은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지구와 지구에 공존하는 생명체들의 미래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터전으로서 땅과 숲, 동물과 식물, 사람의 건강문제 까지도 자본의 무한경쟁 시장에 내맡겨진 결과입니다. 

이제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길, 나와 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고양신문은 우선 누구에게나 절실한 건강 문제를 주제로 심층기획 보도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WHO,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질병이라기 보다 '질병 위험요소'

약 보다 음식과 운동, 생활습관 바꿔야 나아질 수 있다 

 

내 몸에 필요한 콜레스테롤까지 차단하는 약 
미국인 2만5천명 조사, 스타틴 복용자 당뇨합병증 2배
 

매년 받는 건강검진의 결과표에서 저의 수치는 대부분 정상이지만, 딱 하나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이 있습니다. 흔히 나쁜 지방이라 얘기하는 LDL입니다. 저의 LDL 수치는 160이 넘는데, 이 수치는 미국심장협회(AHA)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볼 때 고지혈증약(스타틴)을 먹는 대상이 됩니다. 

이 권고를 볼 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늘 부작용이 따라다니는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고, 게다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할 것 같아 찝찝합니다. 그렇다고 안 먹자니 왠지 LDL이 갑자기 혈관을 막아버릴 것 같은 걱정이 듭니다. 어떻게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안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첫째, 고지혈증에 많이 쓰이는 이 스타틴이란 약이 기본적으로 내 몸의 정상적인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것을 차단하는 약이라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은 내 몸을 이루는 세포를 만드는 핵심재료입니다. 특히 뇌 조직은 콜레스테롤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고지혈증약은 혈관 내의 LDL을 줄이기 위해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것을 아예 차단해 버립니다. 내 몸은 필요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니, 기억이 깜박깜박해지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멀쩡했던 사람이 당뇨에 걸리기도 합니다. 미국인들 2만5000명 정도를 지켜보았더니, 스타틴을 먹는 사람들이 먹지 않은 사람들보다 2배 정도 당뇨나 그 합병증에 잘 걸렸다 합니다.(Mansi, Frei et al. 2015) ‘스타틴으로 인한 당뇨’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비타민처럼 평생 먹으라 권하는 의사도 있는 이 고지혈증약의  후유증을 스스로 나이 먹는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론 스타틴이란 약의 부작용인 경우가 의학문헌에 보고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스티븐 시나트라 2017)
 

심혈관질환 주범이었던 콜레스테롤 ‘억울하다’
이제 콜레스테롤 보다 정제 탄수화물이 주범으로 지목 

둘째,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야 한다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지방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지방가설’에 입각해 있는데, 이 가설이 폐기될 상황에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더 많은 입증이 필요한 가설 수준인 지방가설은, 미국의 영양학자 안셀 키스(Ancel Keys)에 의해 제기됐습니다. 안셀 키스는 1978년 지방 섭취와 심혈관질환 발생이 서로 연관이 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후 여러 학회와 대중매체들이 이 가설에 호응하면서 동물성 지방은 미국인들이 가장 겁내는 심근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제약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혈관에서 지방을 낮추는 약을 개발했고, 그것이 바로 스타틴입니다. 

하지만, 안셀 키스의 연구결과는 ‘지방가설’을 위해 의도적으로 발췌한 내용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안셀 키스는 당시 22개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7개 나라의 조사결과만 발표했다고 합니다. 22개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지방과 심혈관질환이 그다지 연관이 깊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DuBroff and de Lorgeril 2015) 

최근엔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 특히 과도하게 정제된 탄수화물이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근경색의 주범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방가설로 시작된 콜레스테롤의 누명은 50년의 혼란과 논쟁을 거쳐 최근 들어 조금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사에서도 다큐멘터리로 보도된 적이 있지요.(생로병사의 비밀, 콜레스테롤의 누명) 
 

약의 부작용 과소표현, 약의 효능 과대표현 
약 처방 기준 계속 확장되면서 점점 환자가 늘고 있다

셋째, 무엇보다 저는 제 몸에서 LDL이 높은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늘 운동을 하고,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데도 혈관에 지방이 높습니다. 저는 이제 저의 LDL 수치는 제 몸에 필요한 반응의 결과물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심혈관질환의 주범이 지방에서 탄수화물로 바뀌는 흐름에서도 보았듯이 아직도 과학과 의학은 ‘음식과 몸’ 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흐름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LDL이 심혈관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미국심장협회를 비롯한 여러 학회는 저의 혈관 지방 수치에 여러 통계학적인 지표를 들이댑니다.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약을 먹으라 권합니다. 그런데, 그 복잡하게 보이는 통계적 지표란 것들이 스타틴 같은 약의 부작용은 과소표현되고, 효능은 과대표현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더욱이 지난 20~30년 동안 약을 먹으라고 권하는 기준이 계속 확장됐습니다. 과거에는 정상이던 수치를 질병화하면서 더 많은 고지혈증 환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진단 140에서 130으로, 고혈압 환자 증가
20년 사이 당뇨약 처방 4배, 고혈압 7배, 스타틴 20배 

제 몸과 고지혈증을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고지혈증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여러 통계적인 표준으로 기준이 만들어지고, 그 기준이 계속 확장되고, 더 많은 환자가 양산되고, 더 많은 약이 권해지는 이런 흐름은 흔히 만성질환, 혹은 대사성질환이라 통칭되는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 여러 질환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 볼까요. 제 수축기 혈압이 130이었다고 해보죠. 미국 학회의 기준으로 저는 1990년대까지는 정상이었습니다. 당시엔 수축기 혈압 140 이상이 고혈압의 기준이었거든요. 그러다 2003년에는 기준이 바뀌며 ‘고혈압전단계’라는 말이 등장하고, 120~140 사이를 묶어서 130을 예비환자화 합니다. 그래도 당시엔 고혈압전단계 환자들에겐 약을 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7년 기준이 더 확장되며, 130 이상을 고혈압의 진단기준으로 만듭니다. 저는 이제 완전한 고혈압 환자가 되어 약을 권유받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당뇨약 처방은 4배가 늘었고, 고혈압 약은 7배가 늘었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은 무려 20배가 늘었습니다.(Le Fanu 2018) 정말 말 그대로 아찔한 수치죠. 

65세 이상 노년층의 다제약 복용비율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82.4%로 월등히 높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층은 매일 평균 5.3개의 약을 복용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병원 외래진료 횟수도 세계 1위이다. 이 자료들을 보면 한국의 과잉 의료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위의 표를 보면, 약을 많이 복용할수록 사망 발생 건수가 높아진다.


65세 이상 다제약 복용 20년 사이 4배 급증
약 대사 능력 떨어지는 노년층 상당수 5개 이상 약 복용

이런 현실은 50대 들어가며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약을 하나씩 달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더 큰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5개 이상의 약을 먹는 사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5개 이상 약을 먹는 다제약복용(polypharmacy) 노인들의 수는 4배 정도 늘어 거의 절반 가까운 65세 이상의 사람들이 다제약복용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더욱 높아 65세 이상의 82%가 다제약을 복용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죠. 아시다시피 노인들은 근육도 빠져나가고 몸 전체의 생리적 기능이 떨어지는 터라 약을 대사할 능력 또한 떨어집니다. 동일한 질환이라도 오히려 약의 양을 줄이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통계를 보면 노인들이 먹는 약의 종류와  양은 늘어만 갑니다. 

치과에서 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잇몸 수술과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 저는, 이런 다제약 복용이 늘 조심스럽습니다. 회의감도 들고요. 대체 이 약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물론, 약 하나하나는 나름 겨냥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약들 전체는, 우리의 최종목표인 건강한 삶에 득보다는 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제약 복용 환자들이 오히려 수명이 짧다는 통계가 이런 심증을 뒷받침 합니다. 

최근 들어 기대수명은 아주 조금씩 늘거나 정체상태인데 반해, 약과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인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세계적인 통계 또한 이런 심증을 더 굳히게 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원인은 '생활습관'
생활습관 교정없이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은 '과잉의료화' 

일군의 사회학자들은, 이렇게 통계적 기법으로 나의 몸 상태를 재단하고, 그래서 약을 권하는 현상을 의료화라 포착합니다.(콘래드 2018)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의료화, 혹은 메디칼라이제에션(medicalization)이란, 과거엔 치료 혹은 약물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 치료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얼마 전 게임중독증을 질병으로 분류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사회적 논쟁이 좋은 예입니다. 게임을 중독처럼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다가, 그것을 ‘중독증’이란 말을 붙여 치료의 대상, 그것도 약물치료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을 ‘의료화’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많이 회자되는 공황장애, 과잉행동증후군, 건강염려증 같은 것들도 의료화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어렸을 적 부산한 성격이라 지금 같으면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듯한데, 이런 성격상의 특징을 어떤 증상이나 질환으로 분류하는 거죠.

이런 의료화의 과정은 여러 과학적 사회적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의료화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을 약물로만 다루려는 것은 과잉 의료화로 볼 수 있습니다. 약물은 늘 부작용을 동반하기에, 생활습관이나 행동치료 등 여러 보존적 요법 이후에만 꺼내 들어야 할 카드일 테니까요.
 
저는 그런 과잉의료화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다루는 현대의료에서 봅니다. 이런 만성질환은 실은 그 자체로 질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원래 이들은 흡연, 음주, 운동부족, 생활습관처럼 심혈관질환이라는 ‘질병’을 만드는 위험요인들이었습니다. 질병은 심근경색, 뇌졸중이고 혈압이 높고, 피 안에 당 수치가 높고, 지방이 좀 높은 것은 심근경색 뇌졸중이라는 질병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제가 아닌 세계보건기구(WHO)가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포함한 위험요인들은 모두 생활습관의 변화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과거보다는 훨씬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데, 게다가 먹는 것은 갈수록 더 기름지고 달고 맵고 짜집니다. 
 

만성질환의 유일한 해법은 '생활습관 교정'
전문가들, 지난친 약 처방문제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 

문제가 그렇다면, 답도 거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맥도널드 1인분의 크기는 50년 전에 비해 무려 4배가 커졌고, 미국인들의 평균 체중은 20년 전에 비해 무려 7㎏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제외하고는 만성질환의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생활습관의 교정이 우선이고, 실은 모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흡연자에게 흡연을 그대로 하게 하면서 항흡연약을 먼저 권하지 않습니다. 알코올중독자에게 음주를 그대로 하게 하면서 항알코올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모두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한 문제이니까요. 그런데도 여러 의료관련 학회와 제약회사들은 같은 수준인 비만 당뇨 고혈압 등에 대해서는 유독 항비만약, 항당뇨약, 항고혈압약을 처방하고 권합니다. 제가 리뷰한 미국당뇨협회(ADA)의 150쪽짜리 2018년판 가이드라인에선, 음식에 대한 지적이 단 한 줄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약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흐름이 정당한가요? 섣불리 말하기 어렵습니다. 워낙 많은 자원과 논리들이 깔려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현재 만성질환에 약을 권하고 결과적으로 많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온전한 논리나 행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지혈증과 스타틴에 대해선, ‘콜레스테롤 전쟁’ ‘스타틴 전쟁’이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의료화, 특히 만성질환의 의료화는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전쟁이란 표현이 등장할 만큼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내 몸과 건강을 놓고서 말입니다. 

글 /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김혜성

 

필진 소개
김혜성 이사장은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펴냈다. 『미생물과의 공존』 등 그간 펴낸 미생물 관련 3권의 책 모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우리의 몸 안팎의 생명체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통생명 삶’이란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건강에 대한 개념과 건강한 삶을 위한 습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준비, 새로운 삶의 가치에 대한 선택의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총 6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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