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인 인터뷰 – 김양빈 AG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무소 아키반이 첫 직장
30여년 건축설계 외길 걸어와
남북협력 기대 사무실도 옮겨 
“아직도 땅을 보면 흥분돼요”

 

김양빈 AG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업무용 책상 정면 벽에는 한국의 대표화가 이중섭의 ‘흰 소가 걸려 있다. 그는 “고교 선배인 이 화가가 그린 소의 역동적인 자세를 늘 바라보며 건축 인생 말년에 멋진 작품을 남길 날을 기대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양신문] 창의적인 작품을 통해 미술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1957년 4월 미국 휴스턴의 미국예술연맹이 주최한 강연에서 “창조적 행위는 예술가 혼자서 수행하는 게 아니다. 관객은 작품의 내적 조건들을 해독하고 해석함으로써 작품이 바깥세상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 과정을 통해 창조적 행위에 자기만의 기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양빈 AG건축사사무소 대표도 “저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건축주를 만나고, 멋진 설계 작품을 통해 그 건축물에 살게 될 사람의 삶이 새롭게 창조될 수 있도록 나만의 기여를 하는 것이 평생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라고 했다.

북한에 건축물 짓는 꿈꾸며 일산으로
“통일 한국이 되면 개성에 건축사무소를 내겠다는 희망을 품고 일산으로 이사 온 것이 1994년이었습니다. 일산에서 자란 세 아이들도 모두 잘 자라서 이젠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네요. 남북관계가 회복돼 북한에 가서 멋진 건축물을 짓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생각하고 2010년엔 아예 사무실도 일산에 냈습니다.” 

김양빈 대표의 첫 직장은 종합건축사사무소 아키반이었다. 제3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 김석철 건축사가 설립했던 회사로 쟁쟁한 건축사들 밑에서 막내로, 그 후엔 아키반 출신들이 설립한 종합건축사사무소 단우모람으로 옮겨 일하며 엄청난 수련을 쌓았다. 밤낮으로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공부를 이어갔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도 받았다. 

서울 강변테크노마트 [사진=AG건축사사무소]

“건축은 크게 봐서 설계, 감리, 감정이라는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설계 분야에서만 30여년을 일했죠. 어릴 때부터 워낙 관심이 많았고 일이 힘들어도 재미있게 느꼈던 것은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았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내가 고민하고 구상한 것이 실제로 건물로 구현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느끼는 보람이 너무나 큽니다.” 

수많은 프로젝트 참여하며 실력 쌓아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브라운스톤아파트, 프라임아파트, 상암동아파트 뿐만 아니라 대전, 인천 등 전국의 수많은 아파트 설계를 진행했다. 예술의전당, 올림픽파크텔, 강변테크노마트, 온양호텔, 스파힐스골프클럽 등의 건축과정에도 참여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고양시로 사무실을 옮겨 오기 전후부터 지금까지 가좌동 한화꿈에그린아파트, 광성드림학교, 풍동 오르비제 타운하우스, 향동 자동차박물관, 사리현동 한옥마을, 정발산 고급주택 등의 설계나 리모델링 등의 작업에 참여해왔다. 운정교회, 해마루교회, 한사랑교회 등 20여개의 교회 건축도 진행했다.

 

일산 풍동 오르비제 타운하우스 [이미지=AG건축사사무소]


  
요즘도 자신이 참여한 건축물 앞을 지날 때면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기도 하고, 당초에 자신이 설계하고 계획했던 대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건물로 들어가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기도 한다.
 
고양시 도시재생 사업에도 활발히 참여
김 대표는 서울시 건축상, 경기도 건축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각 지자체에서 건축설계와 건축행정의 건실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공표창도 받았다. 고양시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도 참여해 화전, 일산, 능곡의 주민들을 수시로 만나 상담과 컨설팅을 이어가다 보니 지난해 말에는 고양시도시재생지원센터로부터 ‘올해의 도시재생 활동가’ 공로패도 받았다.
   

아직도 '땅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는 김 대표가 교회 건축 후 받은 감사 벽걸이 시계.

지난해에 큰 이슈가 됐던 3기 신도시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의 위성도시 성격의 신도시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그 대신 삶의 질을 중심에 놓고 말로만이 아니라 진정한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계획과 설계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건축사는 삶을 창조적으로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요즘도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새로운 땅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설레고 흥분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의 평균 나이가 65세라고 해요. 저에게도 아직 기회와 시간이 남아 있는 거죠. 건축인생 말년에 오래오래 남을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제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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