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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대하여

기사승인 [1461호] 2020.03.26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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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애 칼럼 <어느 책모임 중독자의 고백>

김민애 기획편집자/독서동아리 활동가

[고양신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그날, 아버님이 집 앞마당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쓰러졌다. 1년 2개월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요양원 생활 끝에 아버님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메르스 때문에 면회 금지 상태여서 가족 누구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가족의 죽음’을 처음 맞닥뜨리게 된 당혹감과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이 슬픔과 뒤섞여 우리는 서로 말을 잃었다.

2019년 3월. 며칠째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아 그의 SNS 계정에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날 그의 지인이 따로 문자를 보내 친구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는 거짓말 같은 소식이었다. 몇 날 며칠 친구의 흔적을 볼 때마다 슬픔과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친구와 나의 교집합에 놓여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슬픔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해가 바뀌고 다시 찾아온 3월, 책장에서 『슬픔의 위안』이 눈에 들어온 건 이런 감정의 이끌림 때문이었으리라.

이 책의 공동저자 론 마라스코와 브라이언 셔프는 수많은 사례와 문학, 예술 텍스트를 활용하여 ‘슬픔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슬픔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빠진 당사자를 고통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대면해야 하는 주변인들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슬픔에 관해서라면 우리 모두 서툴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그 누구도 감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감정이다. 특히 죽음에 따른 슬픔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남겨진 이들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발적으로 슬픔에 젖고 싶은 이들은 없으리라. 슬픔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우리 삶에 침범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의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으면 사람들은 자존감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고 한다. 죽음은 그를 살릴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없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살아남은 이가 잘 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 삶에 제대로 적응했다면 떠난 사람 없이도 괜찮은 것 때문에 또 다른 죄책감을 느낀다. 상실감, 죄책감, 자기연민이 뒤섞인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위안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슬픔은 대부분 눈물을 동반하기에 말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사자도 주변인도 모두 말로써 위안을 찾고 싶어 한다. 다만 그 시점과 방법에 있어서는 서로 차이가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말’이어야 한다. 상대에게 나의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모호하거나 온기가 없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유감스럽다’ 같은 말. 너무 감상적인 위로의 말이나 물건도 슬픔 위로 떠다닐 뿐 가슴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슬픔(grief)이란 단어는 ‘무겁다’는 뜻의 중세 영어 gref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는 슬픔을 말할 때 종종 이렇게 표현한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라고. 또는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라고. 슬픔은 참아야 할 무엇인 걸까. 그렇게 꾹꾹 눌러 놓아야 할 감정인 걸까. 슬픔이 없다면 우린 좀 더 나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의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슬픔에 잠긴 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주는 것. 슬픔에 빠진 게 바보 같은 게 아니며, 사실은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 슬픔에 공감하며 그 무게를 덜어 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려 주고자 한다. 슬픔에 맞닥뜨리는 순간, 슬픔에 빠지면서 동반하게 되는 감정,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과정, 그리고 슬픔이 흔적으로 남으면서 일상으로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들려준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슬픔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바라보지 않고 ‘가만히’ 응시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중 가까운 지인의 가족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은 자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미 작년의 기억이 떠올라 슬픔의 파도에 발목까지 잠겨 있는데, 스스로 턱밑까지 차오르는 바닷속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꼭 안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내가 품고 있는 따뜻한 온기를 가슴과 가슴으로 전해 주기로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슬픔에 그가 너무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김민애 기획편집자 webmaster@mygoyang.com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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