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심층 기획 /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6>입을 잘 다스리자

잘 씹어야 오래 산다, 치아 적을수록 치매 확률 높아져
구강 건강해야 온몸 건강, 구강세균 치매 심혈관질환에 영향

[고양신문] 치아가 안 좋아 고생하시는 분들께 임플란트를 해드리고 나면, 표정이 달라지고, 몸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부리부리 해진 눈에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임플란트 치료 이후 삶 전체가 달라졌다는 그분들의 말씀은 저의 가장 큰 직업적 보람이기도 합니다. 그럴 땐, 오히려 살이 많이 찔 수 있으니 조심하시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임플란트 이후의 변화는 단지 심적 변화만은 아닙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이런 면들이 자주 보고됩니다. 눈이 부리부리해지는 것은 동공의 크기가 커지는 것일 텐데, 치아를  회복하면 실제로 동공의 크기가 커집니다. 

기억력 테스트를 포함한 인지기능 검사결과도 한결 좋아집니다. 동물실험에서는 변화가 더 확연하게 관찰됩니다. 보통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많이 하는데, 쥐의 어금니를 빼거나 연한 음식만 주었을 때는 인지기능이 뚝 떨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치아상태가 좋아지면 음식을 더 잘 먹게 되고, 영양상태가 좋아질 것이라는 당연한 유추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씹기는 중요한 저작근 운동, 혈류·뇌신경 자극
첫째, 저작운동도 중요한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운동이 정신건강에 좋은 것은 당연할 텐데, 씹는 것 역시 저작근 이라는 커다란 근육이 행하는 중요한 운동입니다. 과거 명절 연휴 때 TV를 틀면 차력사들이 자동차에 연결한 줄을 입에 물고 자동차를 움직이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이 역시 강한 저작근이 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실제 입주위의 저작근은 평균 60kg 정도의 힘을 감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피트니스 클럽을 다니시는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강한 힘인지를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 힘이 운동을 하지 않아 감퇴된다면? 당연히 정신건강 역시 위협받습니다. 

둘째, 게다가 씹는 것은 뇌로 가는 혈액과 뇌신경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보통 운동할 때 쓰는 팔다리의 근육은 모두 척수를 통해 조절됩니다. 물론 척수도 중추신경계이지만, 그 근육이 직접 뇌의 통제를 받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얼굴의 눈, 귀, 치아를 포함한 모든 기관과 근육은 뇌신경의 직접 통제를 받고, 역으로 얼굴 근육의 운동역시 뇌신경에 자극을 주고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킵니다. 저작과 표정을 담당하는 얼굴의 여러 근육 중 가장 큰 근육은 저작근입니다. 저작근의 기능이 약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특히 나이 들수록 그런 현상이 더 확연해 집니다. (Onozuka, Fujita et al. 2003)

이런 사실은 스웨덴의 치매연구를 떠오르게 합니다.(Gatz, Mortimer et al. 2006) 스웨덴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쌍둥이 등록소를 설치해 동일한 유전자인 쌍둥이들을 여러 측면에서 장기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같은 유전자라도 어떤 생활여건이 치매에 영향을 줄까를 보았더니, 학력, 소득, 키 등등도 영향을 주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은 치아의 개수였습니다. 치아의 개수가 적을수록 치매에 더 잘 걸렸습니다. 특히 젊었을 때 일찍 치아를 잃은 사람이 치매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았습니다. 스웨덴은 핀란드 등과 함께 구강건강을 높이기 위해 치과치료를 국가 책임 하에 보장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연구들이 쌓여서 그런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잘 씹으면 스트레스 완화되고 면역력도 높아진다
셋째, 잘 씹으면 스트레스가 완화됩니다.(Sasaki-Otomaru, Sakuma et al. 2011) 운동선수들 중에는 심적 부담이 큰 경기를 앞두고 껌을 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껌 씹는 것이 스트레스를 낮추고 집중도를 높인다는 연구는 수북합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할 만큼 경계 대상이고,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와 관련해,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씹기의 상관관계를 쥐 실험을 통해 관찰한 연구입니다.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작은 공간에 꽁꽁 가둬두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주면서 한 그룹의 쥐에게는 단단한 나무젓가락을 씹게 했습니다. 4주 후 상태를 관찰했더니, 나무젓가락을 씹지 않은 쥐의 그룹에서는 골다공증이 생겼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구멍이 뻥뻥 뚫려있습니다.(가운데)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스트레스와 골다공증이 연결됩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런데, 나무젓가락을 잘근잘근 씹게 한 그룹에서는 골다공증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라도 저작력을 잘 유지하고, 잘 씹으면 스트레스로 인한 골다공증까지 방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넷째, 씹는 것은 면역증진효과까지 있습니다. 음식을 씹으면, 치아를 통해서 또는 음식의 직접적인 자극으로 잇몸에 가벼운 손상이 가해집니다. 그런데 그 손상이 오히려 구강 내 중요한 면역세포인 도움 T세포(T helper cel)를 활성화 시킨다고 합니다. 물론 과유불급이라고, 이 손상이 과해지거나 잇몸이 약해 입안의 세균이 혈관까지 과량 침범하는 사태면 곤란하겠지만, 일상의 가벼운 잇몸자극은 오히려 면역력을 높인다는 겁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동의보감에서 권하는 양생법인 고치법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東醫寶鑑》 雜病篇卷之七 > 邪祟 > 導引法
"정신을 안정시킨 후에 고치(叩齒)를 21번 실시하고 숨을 14번 들여 쉰다. 이것을 300번 하고 멈춘다. 20일 동안 하면 사기(邪氣)가 모두 나가고, 100일 동안 하면 복시(伏尸)가 모두 없어지면서 얼굴과 몸에 광택이 난다. 《영류》" 

2050년 치매 1억 명, 치매약 개발 막대한 투자했지만 실패  
우리가 나이 들면서 걱정하는 것은 뇌기능의 손상이 축적이 되면서 혹 치매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점일 겁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 세계 인류가 노령화 되면서 치매가 급속히 늘고 있으니까요. 한 통계에 의하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치매인구가 1억 명 이상 될 거라고 합니다. 끔찍한 일이죠.

치매를 막고, 치매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가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2020년 현재까지 모두 실패한 상태입니다. 병원에서 치매 예방약이라고 처방하는 약도 실은 치매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약이 아닙니다. 그냥 신경전달을 좀 더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의 효과만 기대하죠. 모든 약들이 그렇듯, 이런 약들도 부작용이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약사단체는 치매약이 환자를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하며, ‘치매치료제’에 의존하지 말자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치매약 개발에 실패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치매가 기본적으로 뇌가 노화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노화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암 등 다른 질병처럼 특정한 약이나 수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과학과 의학은 치매에 대한 잘못된 이론에 입각해 치료약을 개발하려고 애써왔습니다. 그 이론이란, 이른바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hypothesis)입니다. 치매로 사망한 환자의 뇌를 해부해 보았더니,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란 물질이 많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를 근거로 아밀로이드를 치매 원인물질로 보고, 이 아밀로이드가 쌓이지 않게 하거나, 쌓인 아밀로이드를 해체하면 치매가 좋아질 것이라고 본 이론입니다. 미국에서만 한해 2조 가량의 돈을 쏟는 연구개발이 진행됐는데, 계속 실패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아밀로이드란 것이 항균물질이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치매를 가져올 수 있는 어떤 미생물이 있었고, 아밀로이드는 이 미생물을 방어하는 와중에 쌓인 방어물질이라는 것입니다. 불난 집에 소방차가 있었는데, 그 소방차를 방화범으로 지목한 격입니다. 이렇게 동반을 원인과 결과로 착각하는 것은 다른 많은 연구개발에서도 흔히 겪는 오류이기도 합니다. 

구강미생물 ‘진지발리스’ 치매·심혈관질환 원인균 지목
그렇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할 텐데, 마침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한 개념이 있습니다. 구강 내에서 잇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진지발리스가 뇌로 침범해 치매를 일으킨다는 겁니다. 진지발리스를 치매 원인균으로 지목한 연구자들은 쥐 실험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진지발리스가 분비하는 진지페인이라는 효소가 뇌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아밀로이드를 쌓이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진지페인 억제제를 주었더니 아밀로이드가 줄어들고 치매증상도 좋아졌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현재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계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투자한 벤처회사 ‘코르텍자임’를 통해 진지발리스를 타겟팅한 치매약을 개발하고 있고, 임상 2상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이들의 도전 역시 다른 많은 치매약 개발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치매란 게 워낙 다양한 요인이 있을 테고, 무엇보다 노화라는 모든 생명의 불가피한 과정에서 오는 면이 클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도전의 의미는 치매에 접근하는 방법 자체, 혹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치매에 대한 아밀로이드가설이 폐기되고, 미생물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해 주목해 보아야 한다는 거죠. 이 연구의 대상이자 치매 원인균으로 지목된 진지발리스는 대단히 독특한 능력을 가진 문제아이기도 합니다. 

첫째, 진지발리스는 그 특유의 침습능력 때문에 뇌나 혈관에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심혈관질환을 앓았던 환자들의 혈관을 조사해 보니, 모든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진지발리스가 발견됩니다.(Mougeot, Stevens et al. 2017) 그래서 진지발리스는 지방이 수동적으로 쌓여 혈관을 막는다는 과거의 심혈관질환이론을 수정하며, 심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혈관을 돌던 진지발리스가 느슨해진 뇌의 방어막(뇌혈액 장벽)을 뚫고 뇌에도 문제를 일으킨 수 있다는 유추는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해 보입니다. 심지어 진지발리스는 현재 치매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같은 중한 질병들, 심지어 고혈압, 당뇨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진지발리스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면역회피능력입니다. 진지발리스뿐만 아니라, 모든 세균은 내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대부분 내 몸의 면역세포에 의해 견제되고 퇴치됩니다. 그런데, 이 진지발리스는 내 몸의 면역세포를 따돌리고, 심지어 아예 면역세포 안으로까지 침투해 눌러 살기도 합니다.(Li, Michel et al. 2008) 면역세포 입장에선 참 어려운 상대겠지요. 그런 진지발리스가 면역세포를 따돌리고 뇌에까지 침투했을 때, 뇌 세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용자원을 동원해 진지발리스를 견제해야 할 텐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밀로이드였을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구강에만 머물지 않고 혈관과 뇌, 면역세포까지 뚫고 들어가 온몸을 위협하는 골치아픈 녀석, 진지발리스를 경계하는 것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진지발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는 구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국 제가 진료실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이 글의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글 /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필진소개

김혜성 이사장은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펴냈다. 『미생물과의 공존』 등 그간 펴낸 미생물 관련 3권의 책 모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우리의 몸 안팎의 생명체들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통생명 삶’이란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에서는 건강에 대한 개념과 건강한 삶을 위한 습관, 건강한 노년을 위한 준비, 새로운 삶의 가치에 대한 선택의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총 6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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