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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처럼 일어선
고양 의사들의 '코로나19 항쟁' 

기사승인 [1467호] 2020.04.29  10: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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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소아과의원 김진태 원장, 김태빈내과의원 김태빈 원장, 한병상이비인후과의원 한병상 원장, 미래이비인후과의원 신광철 원장, 매디누리권익승신경외과의원 권익승 원장, 심욱섭소아과의원 심욱섭 원장, 빛과소금내과의원 김우규 원장, 이가정의학과의원 이범 원장. 고양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에서 일한 고양시의사협회의 참여를 이끈 이사진들이다.

개인병원 문닫고 자발적 참여 잇따라 
심욱섭 회장 독려글에 지역의사들 감화
‘의병처럼’ 의기투합 67명의 미담 화제   

[고양신문]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의 성공적 운영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고양시 병원 의료진의 전문성과 보건소 직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행정력이 잘 결합했기 때문이다. 민과 관의 협치를 이끈 이재준 고양시장과 김안현 덕양구 보건소장의 리더십도 효과적으로 발휘됐다. 여기에 군부대와 모범운전자회 등의 자원봉사도 한 몫 했다. 현수막을 걸고 격려물품을 제공한 시민들의 응원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초’와 ‘세계적 주목’을 동시에 이룬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의 성공은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양시의사협회의 협조를 빼놓고 고양 드라이브 스루의 성공을 말할 수 없다. 지난 2월 26일 시작된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가 이달 20일까지 54일간 3500여 건의 검진사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시의사협회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3곳의 보건소, 명지병원·일산병원·일산백병원·동국대병원·일산복음병원 등 5개 병원, 킨텍스 캠핑장 등 고양시의 선별진료소가 있지만 고양시의사협회 회원들이 집중 투입된 곳은 원당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였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이 뚜렷해지기 시작했고 일반환자들이 병원을 기피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칫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선뜻 나서지 못했다. 또한 잠시 병원 문을 닫고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내원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본인이 감염되면 주위로 전염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도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심욱섭 고양시의사협회 회장이 앞장섰다. 먼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로 달려간 심 회장은 단체카톡방을 통해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모두의 마음이지만, 대구를 보면서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전쟁 때 군인이 숨어버리는 것과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의사가 숨어버리는 것이 무엇이 다릅니까’라는 독려의 글이 협회 회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운영 첫날인 지난 2월 26일 원당 공영주차장 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는 심욱섭 고양시의사협회 회장의 모습. 심 회장의 솔선수범은 협회 회원들의 참여를 자극했다.

처음에야 회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해서 그렇지, 한번 트이기 시작한 참여 열기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의사 가운 속에 감춰져 잊고 있었던 의사로서의 진정한 긍지가 회원들을 하나둘 선별진료소로 향하게 했다. 심 회장이 물꼬를 트자 협회 이사진이 뒤따랐고, 급기야 회원 65명이 참여했다. 서울시도, 경기도 어느 지자체 의사협회가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의료진 확보가 가장 큰 과제였던 김안현 보건소장으로서는 큰 우군을 확보한 셈이었다. 심 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해서 병원이 연쇄적으로 문 닫게 되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됩니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기 전에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를 빠르게 분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서는 선별진료의 속도가 중요한데 고양시의사협회가 이 속도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 진심 어린 독려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심욱섭 고양시의사협회 회장은 선별 진료소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통해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그런데 참여 열기에 비해 초기부터 매끄러운 검진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10분 내에 이뤄지는 드라이브 스루 검진 절차는 크게 두 단계를 거친다. 차로 이동하는 방문자의 상태를 상담하고 검진 진행 여부 결정하는 단계, 그리고 검진대상이 됐을 경우 검체 채취하는 단계다. 드라이브 스루에 투입된 의료진의 일손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에 더디게 검진이 이뤄졌고 줄어 서서 대기하는 차량이 밀리기도 했다. 더구나 드라이브 스루 최초 운영일 다음날인 2월 27일에는 하루 384명이 방문할 정도로 방문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김안현 보건소장은 “종합병원 의사들이 검체 채취에 좀 더 익숙하니까 처음부터 맡겼지만, 이에 익숙치 않은 의사협회 회원 의사들에게는 검체 채취를 맡기지 않는 것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방문자들의 지나친 공포감도 의사협회 회원들을 힘들게 했다. 조금이라도 미열이 있으면 선별 진료소를 찾는 분위기에서 감염 공포는 의사와 방문자 간의 조그마한 의심 하나도 쉽게 분노로 증폭됐다. 이범 이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강남에서 차를 타고 원당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까지 찾아온 분이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고양에서는 드라이브 스루를 운영했지만 서울에서도 운영하지 않았으니까요. 문진 결과 검체 채취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려 즉석에서 그 분에게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당신이 책임질 거야’라며 협박을 하시며 난리를 치는 거예요”라고 전했다. 이렇게 방문자의 거친 태도를 의료진은 종종 겪어야 했다.  

이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양시의사협회의 회원들의 줄기찬 참여는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의 운영에 단연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양시에서 지원하는 격려 차원의 지원금 외에 고양시의사협회가 손수 거둔 회원금 약 3000만원이 투입되기도 했다. 회원들의 줄기찬 참여 과정을 의병 운동에 빗대는 회원도 있었다. 한 회원은 “초기에는 의사가 선별진료소로 봉사하러 갔다는 소문만 나도 해당 병원은 환자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됐어요. 그럼에도 병원 문을 닫으면까지 너도 나도 참여할 때는 마치 의병운동이 일어나는 듯한 분위기였어요. 울컥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안현 보건소장은 “메르스 사태 때는 개인의원과 종합병원은 서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환자를 떠밀다시피 했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완전히 반전됐어요. 이쪽 병원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저쪽 병원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동체 의식이 생긴 거예요. 선별 진료소로 오고 싶다는 의사협회 의사분들이 많아서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나 문의가 오기도 했구요. 참,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양시의사협회 회원들은 먼저 나선 심욱섭 회장의 리더십을 칭찬했고, 심 회장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희생된 유가족과 지인들은 얼마나 힘드실까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지, 우리가 무엇을 잘했나 자랑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솔선수범에 깊은 감동을 받은 것은 감출 수 없습니다”. 심 회장이 단체카톡방을 통해 고양시의사협회 회원들에게 보낸 감사의 말이었다.    

고양시의사회 안심카(드라이브 스루) 의료지원 명단(병원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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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기자 woo@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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