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과 테크노부지 10m 거리

▲ 슬러지 처리시설이 들어오는 일산수질복원센터와 일산테크노밸리 부지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닿아 있다. 거리는 불과 10m 정도다. 수질복원센터와 약 200m 거리에 있는 멱절마을 주민들은 20년 넘게 악취에 시달려왔다.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곳이 슬러지 시설이 들어올 장소다.

2015년 ‘토당동’에 계획했지만,
주민 반발 거세지자 위치 변경
멱절마을 “민원 떠넘기기” 분노
하루 240톤 처리, 악취 우려
하수처리장과 테크노부지 10m


[고양신문] 고양시가 한류천 하류(이산포 JC)에 있는 일산수질복원센터(하수처리장) 내에 하루 240톤을 처리하는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일산수질복원센터는 자족도시의 열쇠라 할 수 있는 일산테크노밸리와 맞닿아 있는 곳으로, 이곳에 악취유발시설이 추가되면 기업유치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고양시는 원래 슬러지 처리장을 덕양구 토당동에 있는 원능수질복원센터에 만들기로 계획하고 2015년 설계 용역까지 들어갔으나, 토당동 주민들이 강력히 저항하자 시는 원래의 사업위치에서 일산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일산서구 법곳동 멱절마을 주민들은 “덕양구 민원이 거세다고 일산으로 시설을 보내기로 한 것인데, 이는 우리지역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원 떠넘기기식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주장이다.

일산수질복원센터와 약 200m 거리에 있는 멱절마을(송포3통) 주민들은 사업이 결정되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사업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여기 주민들은 지금도 어떤 시설이 들어오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설에 대해 인쇄물 한 장 받은 사람이 없어요. 조용했던 자연마을에 하수처리장이 건설되고 23년 동안이나 악취피해를 입고 있는데, 악취개선이 아니라 반대로 악취물질을 더 들여온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습니까.”

고양시는 지난해 10월 멱절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이내 무산되고 말았다. 설명회 내용도 모르고 자리에 모였던 주민들이 슬러지시설이 들어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격노하며 대부분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시 담당자는 “사업에 대해 유인물을 준비하거나 문자안내를 보낸 적은 없고 현장에서 PPT로 설명했다”며 “끝까지 남아계신 분도 있었기 때문에 설명회가 무산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 입장은 달랐다. 주민들은 “평균 60~70대 나이의 노인들을 상대로 유인물도 없이 ‘PPT로 한 번 설명했으니 끝이다’라는 입장인데, 이는 고양시가 주민들을 명백히 기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초 일산수질복원센터 옥상에 주민체육시설을 만든다고 담당부서가 보도자료를 뿌리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체육시설 바로 옆에 하루 240톤 슬러지 시설이 들어온다는 보도자료는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라며 “악취시설 옆에서 어떤 주민이 운동하고 싶겠나. 담당부서는 체육시설보다는 악취 저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영수 멱절마을 주민이 자신이 설치한 현수막 앞에서 손으로 하수처리장을 가리키고 있다.

고양시 담당부서는 슬러지 처리시설의 사업위치를 일산수질복원센터로 옮기게 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시 4개 하수처리시설(일산·원능·벽제·삼송) 중 ‘일산’의 하수처리량은 고양시 총 하수처리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일산’에서 처리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슬러지 발생량도 일산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 슬러지를 고양시 내 다른 수질복원센터로 옮겨서 처리하기 보단 ‘일산’에서 그대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시는 기존 ‘소각’ 처리방식에서 ‘건조’ 처리방식으로 설계를 바꿈으로써 악취나 공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곳에서 건조한 슬러지는 타 지역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된다. 소각 전 단계에서 처리를 끝내기 때문에 민원발생 우려가 적다”라고 답했다. 

시는 슬러지 처리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국에서 인구 80만 이상 도시 중 자체 처리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곳은 고양시가 유일하다는 것. 고양시에서 매일 발생되고 있는 200톤가량의 하수슬러지는 현재까지 대부분 민단위탁시설에 맡기고 있는데, 위탁처리비용이 최근 10년간 2배 정도 상승했다. 이는 시민들이 내야하는 하수도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멱절마을 주민들은 슬러지 처리시설이 불가피하다면 시설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수 전 송포3통 통장은 “덕양에서 일산으로 사업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주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가장 원했던 악취저감 사업에는 투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안개가 끼는 날이면 냄새가 심해 밖에서 생활하기 힘들 정도”라며 “하수처리장과 불과 10m 거리에 있는 테크노밸리에서 젊은 기업인들이 악취를 참아가며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는 슬러지 처리시설 건설계획을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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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하수슬러지처리장 추진현황>

2015년 10월 : 사업위치(원능하수처리장) 및 처리방식(소각) 결정
2016년 6월 : 실시설계 용역 착수
2017년 9월 : 사업위치(일산하수처리장)와 처리방식(건조) 모두 변경
2020년 4월 : 설계 경제성검토 완료, 환경부 재원협의 예정
2020년 12월까지 : 실시설계 용역 완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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