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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는 미래

기사승인 [1470호] 2020.05.21  1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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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도영의 퇴근길 씨네마 <이어즈 & 이어즈>(2019)

강도영 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국내에 코로나 19 확진자 소식이 전해진 1월 말부터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단어는 두려움이었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인터넷 검색 순위에서도 ‘두려움’이 ‘식욕’을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정국처럼 우리에게 미래는 순식간에 도래하며, 사람들은 그런 미래를 두려워한다. 영상 매체는 주로 SF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통해 인간이 맞닥뜨리게 될 불안한 미래 사회를 다루는데 영국 채널4의 <휴먼스>나 <블랙 미러>, HBO의 <웨스트월드>가 대표적이다.

작년에 HBO와 BBC가 함께 제공한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 15년 동안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한 가족이 겪는 다양한 미래 이슈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풀어간다. 유럽 이야기라서 우리와는 문화적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드라마가 다루는 난민, 이민자, 금융위기, 전쟁, 사회 양극화, 동성애, 다민족, 트랜스 휴먼 등의 주제들은 우리도 이미 겪고 있거나 근미래에 겪게 될 내용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연결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풀어가고 있다.

우선 주인공 가족의 면면이 흥미롭다.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가족으로 연결돼있고 여러 층위의 인간 군상을 대변하고 있다. 첫째 아들 스티븐은 노동당을 지지하는 금융전문가이며 흑인 회계사인 아내 셀레스트와 살고 있다. 딸 베서니는 자신의 뇌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싶어 하는 ‘트랜스 휴머니스트’이다. 둘째 딸 이디스는 무정부주의자이며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해 언제나 현장으로 달려가는 운동가이다. 셋째 아들 대니얼은 영국으로 밀려들어오는 난민들의 수용 단지를 관리하는 공무원인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발생한 난민들과 함께 영국에 온 청년 빅토르와 사랑에 빠진다. 막내 딸 로지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장애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존감 높은 캐릭터이다. 그녀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다른 인종이다.

4남매가 사는 세상은 이제 더는 오프라인으로 모이지 않아도 홀로그램을 통해 함께 있는 듯한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100살이 넘은 할머니 뮤리엘 덕분에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은 할머니를 매개로 그렇게 서로가 연결돼있음을 확인한다. 이들이 지닌 다양성은 가족보다는 공동체를 보는 듯한데 그저 한 영국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엄청난 몰입감과 확장성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가족에게 빅토르라는 존재가 나타난다. 그는 러시아 정교회를 다니는 부모님이 동성애자인 아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영국에 불법 난민의 신분으로 들어온 청년이었다. 셋째 대니얼을 중심으로 가족은 빅토르의 문제를 해결하고 영국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불법 난민을 향한 현실의 벽은 차갑고 높다. 불쑥 들이닥친 타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그의 문제를 자기 일로 껴안았을 때 가족은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치른다. 타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로 대변되는 가족의 확장은 할머니 뮤리엘의 대사에 잘 나타난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질 거다. 나도 편견이 없지는 않지만 너는 아름다워. 주님과 내 눈에 너는 아름답단다. 똑똑히 알아들었지? 이 집은 평생 네게 열려있어.”

2034년을 사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가족 공동체로서의 연결을 확인하면서도 타자를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확장의 희생을 감내한다.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생각해보면 가족의 연결과 이웃과의 확장은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었던 문화의 토대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한 마을에 모여 이웃사촌이 되고 타자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인 양 여기는 마을 공동체, 불안하고 두려운 일로 가득한 미래 사회에 서로의 안녕을 묻고 안부를 확인하는 게 바로 본래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이웃의 개념이 지리적 인접성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진 소규모 공동체들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모습의 가족 확장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작년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한국 땅에 상륙하고 사회가 다양한 의견으로 혼란스러웠을 때도 많은 사람이 묵묵히 조용하게 그들에게 집이 되어주었다. 그때가 2019년이든 2034년이든지 간에 어떤 편견 없이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서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BBC와 HBO 합작으로 2019년 선보인 드라마 <이어즈 & 이어즈>

 

강도영 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webmaster@mygoyang.com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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