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문고·알뜨레노띠 ‘한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초청 강연
자연과학의 선구자 폰 훔볼트 소개

훔볼트 없었으면 『종의 기원』도 없었을 것
“찾고 측정하고 기록해야 진정한 탐험”

[고양신문] 테이블 사이에 칸막이도 등장하고, 청중들은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강의를 듣는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코로나19 시대의 강연장 풍경이지만 지식의 향연을 즐기려는 이들의 열정까지 바꿔놓지는 못했다.
알뜨레노띠 침대가 후원하는 한양문고 주엽점의 간판 인문학 강연 시리즈 ‘한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 6월 강연이 지난 1일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을 초청해 ‘세계를 바꾼 탐험-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남미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고양에 거주하는 이웃이기도 한 이정모 관장은 이날 강연에서 특유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입담으로 청중들을 훔볼트와 함께 떠나는 탐험의 세계로 안내했다.

 

'한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 6월의 강사로 초청돼 강연을 펼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이정모 관장은 기관의 수장이기에 앞서 『공생 멸종 진화』(나무나무),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사월의책),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바틀비) 등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과학저술가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를 도구삼아 정밀한 지식과 친절한 언어로 과학과 독자 사이에 다리를 놓아온,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이다.

이정모 관장은 “낯선 곳에 갔을 때 비로소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이 바로 탐험의 시작”이라는 말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강연에서 소개할 주인공 훔볼트를 찰스 다윈의 말을 빌려 소개했다.
“찰스 다윈은 ‘훔볼트가 없었다면 결코 『종의 기원』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훔볼트가 자연과학의 역사에 미친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뭘까. 이정모 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페르니쿠스나 뉴턴, 다윈 등은 우리와 세계의 관계를 밝혀 준 이들이지만, 훔볼트는 자연 자체에 대한 개념을 제공해 준 사람입니다. 그렇다보니 훔볼트가 처음 발견하고 개념화한 사실들이 이후에는 너무나 자명한 것들이 돼버려 오히려 훔볼트의 이름을 잊게 된 것이지요.”

근대지리학과 기후학의 시조로 불리는 알렉산터 폰 훔볼트의 초상화.

그가 소개한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는 학술탐험의 선구자이자 지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출신 과학자이자 지리학자, 탐험가다. 특히 그는 과학 탐구의 목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며 다양한 연구와 기록을 안고 돌아와 과학사에 길이 남을 『코스모스』를 저술했다.

이정모 관장은 훔볼트를 ‘과학적 탐험’을 처음으로 실천한 개척자였다고 소개했다. 훔볼트 이전에는 대항해 시대부터 이어진 서구인들의 정복과 약탈이 있었을 뿐이지, 순수하게 과학적 지식을 얻기 위한 모험인 ‘탐험’은 훔볼트의 여행이 처음이었다는 것.

그가 과학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다양했다. 기후를 표기하는 등온선, 자기적도, 생명망 등의 개념을 처음 만들고 사용한 게 바로 훔볼트였고, 숲의 수분보유와 냉각효과를 밝힌 이도 훔볼트였다. 또한 훔볼트에게 영향을 받은 과학자들의 계보도 끝없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다양한 탐험과 저술을 통해 그가 정립한 세계관은 한마디로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였다. 지금은 너무도 자명해 보이는 명제지만, 당시로서는 미지의 영역을 직접 경험하고 얻은 깨달음이었다. 이정모 관장은 훔볼트의 인격적 측면도 소개했다. 훔볼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며 백인들이 원주민의 생명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

이정모 관장은 여행과 탐험의 차이를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아무리 힘든 모험을 하거나 멋진 곳을 다녀와도, 찾아내고 측정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탐험이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의 탐험을 실천한 훔볼트의 위대한 업적은 오늘날의 과학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 한양문고와 알뜨레느띠 침대가 함께 마련하는 인문학 특강 시리즈 ‘한달에 한 번 진짜 인문학’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 7시,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열린다.
다음 달 강연(7월 6일)의 강사로 초청된 은유 작가는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들려줄 예정이다.
문의 031-919-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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