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으로 지역사회 익히는 대화고 2학년

꼼꼼히 읽다 보니 지역에 대한 관심 새록새록 
종이신문의 숙제, 미래세대와 어떻게 접속할까
고양신문, 청소년과 마을에서 만나는 길 찾아야

[고양신문] 십대 청소년들이 종이신문을 한 부씩 펼쳐 읽고 있다. 건성건성 페이지만 들추는 게 아니다. 각 면마다 큰 제목과 부제목을 읽고 사진에도 눈길을 준 다음, 관심이 가는 기사를 골라 내용을 꼼꼼히 읽는다. 낯선 경험이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기사가 많다. 무엇보다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소식을 신문기사로 읽는다는 게 무척 흥미진진하다. 24일 오전, 일산서구에 자리한 대화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사회문제탐구 과목 ‘고양신문으로 지역사회 들여다보기’ 수업 풍경이다.

대부분의 정보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얻고, 친구들과도 짧은 SNS문장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10대 고등학생들이 종이에 글씨가 빽빽이 인쇄된 종이신문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더군다나 수업 참가자들이 보여준 따듯한 반응은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고양신문, 처음 봤어요”

이날 수업은 6월 15일자로 발행된 고양신문 1473호를 활용해 진행됐다. 송원석 교사가 ‘신문읽기’ 초행길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각 면에 실린 기사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기사를 하나씩 골라보세요. 그런 다음 기사를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더 알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 각자 정리를 해 보세요. 이어서 이 기사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추측해보고, 마지막으로 기사와 관련해 내가 바라는 고양시의 모습도 적어보도록 합시다.”

학생들은 ‘고양동 호랑이굴에서 선사유적이 발견’됐다는 1면 기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이름부터가 눈길을 끄는 ‘호랑이굴’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구석기유물과 신석기유물이 한꺼번에 발견됐다는 사실은 더 놀라웠다. 학생들은 ‘발굴을 더 해서 더 많은 유물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고양시의 자랑스러운 역사유적지가 될 것 같다’, ‘호랑이굴이 교과서에 실릴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의견과 기대감을 탐구활동지에 적어넣었다.

킨텍스 인근에 있는 빅마켓이 철수한다는 소식도 화제였다. 거리도 가깝고,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장소를 다룬 뉴스였기 때문이었다. 수업을 마친 한 학생은 “고양시에 고양신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우리 마을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재밌고 흥미로웠다.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 고장을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말했다.

 
기대 이상의 반응 “깜짝 놀랐다”

수업을 준비한 송원석 교사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자기 주도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문제탐구’라는 과목이 개설되며 수업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신학기를 앞두고 고양신문으로부터 지역신문 활용 교육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이 수차례 미뤄지다가, 비로소 부분적 등교 수업이 개시돼 기다렸던 고양신문 활용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수업진행이 요원한 상황이라, 본격적인 토론 수업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원석 교사는 “신문기사를 읽고 아이들끼리 토론을 하게 되면 훨씬 흥미롭고 다채로운 견해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화고등학교 2학년의 고양신문 활용 수업은 2학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수업에 동참한 교사들은 “아이들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줘 깜짝 놀랐다”면서 “지역문제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이 자라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고양신문 활용수업을 계기로 지역문제를 소논문 주제로 선택하는 학생들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송원석 교사는 “학기 말에 수업시간에 작성했던 학습지를 토대로 학년말에 ‘내가 바라는 고양’이라는 주제로 발표 시간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양신문 일부 지면을 청소년들을 위해 할애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청소년 독자들이 던진 과제

고양신문 활용 수업에 대한 대화고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긍정적 반응은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던져준다. 정보의 파편화, 미디어의 상업화 물결이 정통 미디어의 영역을 집어삼키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공공의 가치와 정보의 균형, 그리고 지역과의 밀착성을 모토 삼아 ‘종이로 발행하는 지역신문’을 고집해 온 고양신문이 미래의 시민, 아니 이미 성숙한 고양시민인 청소년들과 더 친밀하게 만나기 위해 어떤 행보를 선택해야 할까. 창간 31주년을 맞는 고양신문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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