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음주운전 김완규 ‘자충수’

▲ (왼쪽부터) 당당한 모습으로 의장석에 선 민주당 이길용 의장. 반면 부의장에 당선된 통합당 이홍규 의원은 당선소감 첫마디로 “결과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당선 됐지만 어두운 표정
음주운전 김완규 ‘자충수’
“당사자 의지와 상관없이,
민주당 뜻대로 자리 결정”

민주당 작성 '원구성명단' 유출
“의회 ‘욕망의 전당’으로 변질”


[고양신문] “투표결과가 당혹스럽습니다. 저희 당에 3선인 김완규 의원님, 정의당에도 3선 박시동 의원님이 계신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고양시의회 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된 통합당 이홍규 의원이 표결 직후 본회의장에 한 당선소감이다. 부의장으로 당선됐으면 기뻐해야겠지만, 이홍규 의원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통합당은 김완규 3선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내정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초선인 이홍규 의원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일수 있겠지만 합의된 당론을 거스르는 결과였기 때문에 당선 직후에도 맘껏 웃을 수 없었다.

3선 김완규 의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작년 음주운전이다. 민주당 김운남 의원은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고 출당까지 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달리, 통합당과 김완규 의원은 출당이나 탈당을 거부했다”며 “그런 분을 부의장까지 시켜주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고양시의회 통합당 의원은 총 8명. 이중 3선은 이규열, 김완규 의원이다. 이규열 의원은 전반기 부의장을 했고 나머지 6명은 모두 초선이기 때문에 문제만 없었다면 김완규 의원이 부의장 후보로 단연 적합했다. 민주당이 김완규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통합당은 당론으로 김완규 의원을 밀어붙이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그런 결과를 낳은 가장 큰 이유는 김완규 의원이 스스로 부의장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합당 초선의원들도 선후배 관계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후반기 원구성에서 야당 몫으로 돌아간 유일한 자리마저도 야당의 합의나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입맛대로 선출되는 이상한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장단 구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8대 시의회부터 의장단 선출시 사전 후보등록 제도가 사라지면서 모든 의원이 피선거권(당선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과반 이상을 차지한 다수당이 당론을 정하면 당사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특정 야당의원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에 앉힐 수 있다.

사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추천한 인물이 싫다면, 정의당이 추천한 3선 박시동 의원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정의당과 박시동 의원에 대한 반발도 매우 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덕양(고양갑)에서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정의당에 밀리거나 패하면서 덕양지역 의원들이 정의당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또한 박시동 의원은 매번 민주당의 당론을 강하게 공격해왔으며 심지어 동료의원을 무시하는 듯 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의당과 박시동 의원 개인에 대한 반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통합당 초선의원 중에 한 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1일 의총에서 따로 사전투표를 해 통합당 내 초선의원 중 표가 가장 많이 나온 이홍규 의원을 부의장으로 낙점했으며, 실제로 본회의장에서 일부 이탈표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 의총에서 결정한대로 부의장이 결정됐다.
 

▲ 고양시의회가 지난 1일과 2일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사진은 부의장 선출을 위해 투표용지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투표는 전자투표가 아닌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됐다.


통합당과 정의당은 부의장 선출과정의 문제보다는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한 것에 더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손동숙 통합당 대표의원은 “음주운전을 결격사유로 판단한 민주당은 3기신도시 사태 때 시민들에게 막말을 한 의원을 상임위원장에 앉히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원구성 확정이 되기 전부터 민주당이 작성한 상임위원회 구성 명단이 공무원들에게까지 돌아다니는 등 야당을 들러리 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당이 상임위 원구성 명단을 제출하기도 전에 타당의 원구성까지 간섭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상화 정의당 대표의원은 “고양시의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들만의 욕망의 전당이 돼버렸다. 57%로 과반을 조금 넘는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의 횡포가 도를 지나쳤다. 특히 민주당 입맛에 맞게 상임위원회 전체를 구성해 놓은 명단유출은 예의나 질서를 넘어 ‘야당의원들은 민주당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라’는 뜻으로 비쳐진다. 책임 있는 진상규명과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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