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거리 원조 - 기석무역 구제매장

구제거리 원조 <기석무역 구제매장>
20년 전 문 연 식사동 구제매장 1호
동종업체 모여들며 ‘구제거리’ 형성
발품팔아 나만의 상품 찾는 재미 쏠쏠     

식사동 구제거리의 원조집인 기석무역 구제매장.

[고양신문] 일산동구 식사동, 위시티 아파트 단지와 견달산 사이로 이어진 견달산로 주변은 과거 식사동 가구공단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식사동 구제거리, 또는 일산 구제거리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종류도 가격도 다양한 구제 상품들을 살 수 있는 100여 개의 구제품 매장이 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의류의 대명사는 서울 동대문구 동묘시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빈티지 패션의 핫플레이스 명성을 식사동 구제거리가 가져왔다. 도심 슬럼가 분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동묘시장에 비해 식사동은 각각의 개성을 가진 매장들이 독립돼 있고, 옷들도 종류와 가격대별로 분류가 잘 돼 있다. 개성을 중요시하면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에 식사동 구제거리가 딱 맞아떨어진 것. 그만큼 발품은 많이 팔아야 하지만 말이다.

식사동 구제거리에는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개성 넘치는 매장들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예능프로 소개되며 ‘핫플레이스’ 등극

오래전부터 마니아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던 식사동 구제거리가 하루아침에 전국적 명성을 얻은 결정적 계기는 방송의 힘이었다. 두 해 전 개성 만점 패션 캐릭터로 유명한 배우 배정남이 유명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식사동 구제매장을 ‘패션 아이템 보물창고’로 소개한 것. 이후 젊은 층의 관심이 폭발했고, 주말마다 쇼핑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도 이 거리가 여러 예능프로와 생활정보방송에 연이어 소개됐고, 이제 식사동 구제거리는 ‘싸구려 옷 창고’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알뜰한 패션리더들의 보물창고가 됐다. 이를 증명하듯 식사동 구제거리, 또는 일산 구제거리를 검색하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방문기와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기석무역 구제매장에 진열된 신발들.

 매장 종류도 분위기도 각양각색

식사동 구제거리에서 구하지 못할 옷이란 없다. 매장마다 취급하는 아이템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상품 전문매장이 있는가 하면 군복이나 경찰복 등 각종 제복을 취급하는 곳도 있고, 모피코트 등 고가의 의상을 주종으로 삼는 매장도 있다. 그런가하면 재활용의류가 아닌, 폐업한 회사의 신상품을 덤핑으로 가져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매장, 신발과 모자만을 대량으로 진열한 매장도 눈에 띈다.

몇몇 매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집집마다 가격도 제품의 특징도 모두 다르니 발품을 부지런히 파는 자에게 득템의 기쁨이 돌아온다.

기석무역 구제매장의 남성복 진열 코너.


식사 구제거리 원조, 120평 넓은 매장

어느 거리에나 원조집이 있다. 식사동 구제매장의 원조는 바로 기석무역이다. 기석무역은 2000년부터 식사동에 자리를 잡고 재활용 의류를 취합·분류해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헌옷들을 꼼꼼히 분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수시장에 다시 유통할 수 있는 옷들을 골라 매장에 진열하게 됐다. 이후 구제의류를 취급하는 사업체들이 하나 둘 기석무역 주변으로 모여들게 됐고, 20년이 지난 오늘날 국내 최대의 구제의류 거리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기석무역은 120여 평의 넓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 크게는 남성복과 여성복 코너가 구분돼 있고, 티셔츠와 블라우스 같은 일반 의류들이 주종이지만, 구석구석마다 우아한 한복이나 반짝이는 스팽글이 달린 무대복도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옷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 인형이나 가방, 신발 등 매장 안에 진열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데, 가격은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하다. 3000원이면 티셔츠나 블라우스 한 벌을 살 수 있고, 가죽점퍼와 같은 제품들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벌을 사가는 손님들도 많아 대형유통매장처럼 입구에 쇼핑카트도 마련해놓았다. 값이 싸다고 품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매장 책임자가 옷에 아주 작은 얼룩이 있는 제품을 찾아내 진열대에서 골라낼 만큼 상품관리를 꼼꼼히 한다.

기석무역 구제매장의 여성의류 코너.

 이곳을 찾는 이들 중에는 부담 없는 가격에 구제 의류를 구매해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리폼을 해서 입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워낙 종류도 많고 스타일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디자인을 구상하든 그에 맞는 소재들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석무역을 통해 유통되는 새로운 상품들이 매일같이 보태진다. 나만의 아이템을 실물로 구현해주는 넉넉하고 부담 없는 패션 보물창고. 기석무역 구제매장이 단골손님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기석무역 구제매장
고양시 일산동구 견달산로 267-1
 
■ 기석무역 방문 Tip
▶ 식사동 구제거리의 가장 큰 단점은 매장마다 주차 여건이 각각 다르다는 것. 기석무역을 중심으로 조직된 구제생활화산업협동조합은 조만간 1000평 규모의 식사동 구제거리 공용주차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08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식사도 차고지 바로 앞 ‘모모월드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081번 버스는 하늘마을-일산복음병원-밤가시마을-라페스타-마두역-백마역-풍동 숲속마을-위시티아파트를 두루 경유한다.

 

모자와 소품들도 곳곳에 가득하다.
진열대 위에 놓여있는 인형들도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품들이다.
기석무역 구제매장에 걸려 있는 코트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