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방> 한강 폭발사고 현장 가보니

생태공원·관광벨트 조성사업 줄줄이 착수
수변 접근성 날로 높아지는데… 우려 증가
군과 협조, 정밀한 안전관리 매뉴얼 짜야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물이 터진 사고 현장. 고양경찰서에서 폴리스라인을 둘러 놓았다.

[고양신문] 한강 김포대교 하단 수변부에서 종류를 알 수 없는 폭발물이 터져 70대 남성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고는 4일 오후 6시50분경에 터졌다. 70대 남성 우모씨가 낚시 자리를 잡기 위해 한강 수변부로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폭발물이 터져 우씨가 가슴 부위를 크게 다쳤다. 우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가슴 부위 파편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김포대교 하단 둔치는 군부대가 관리해오다가 2014년 한강 철책을 제거한 뒤 민간에 개방된 곳이다. 하지만 철책 제거 이전에도 점용허가를 받은 농민들이 출입하며 농작물을 경작해 일명 ‘한강변 파밭’으로 불리던 지역이고, 개방 이후에는 곳곳에 낚시꾼들이 드나들고 있다. 또한 행주선착장을 기반으로 어업을 하는 행주어촌계 어부들의 활동영역이기도 하다.

사고현장 주변에는 수영과 낚시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건 직후 조사를 맡은 군 관계자는 “폭발물의 잔해를 수거해 정밀 분석하고, 추가 폭발물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양시도 즉각 긴급 대응에 나섰다. 시는 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군과 협조해 김포대교부터 가양대교 사이 7.1㎞구간에 대해 대대적인 지뢰 수색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가 발표한 수색작업 구간은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을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민간인 출입이 가능한 고양시 한강하구 구간 전체를 아우른다. 하지만 수풀이 우거지고 지역이 넓어 전면적인 탐지에 적잖은 애로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입금지’ 팻말 세우고 차량 통제

폭발 사고 이후 사고 현장은 어떻게 통제되고 있을까. 현재 이곳은 지난해부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는 ‘한강고양지구 하천환경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주)서영의 장광삼 현장소장은 “사고 이후 고양경찰서의 요청에 의해 차량출입로를 이중으로 차단하고, 통행금지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장 소장과 동행해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사고지점과 주변 지역을 직접 둘러봤다.

사고 지점으로 들어가기 위해 행주대교 하단에서 시작하는 비포장 통행로로 들어서자 일반 차량의 출입을 저지하는 볼라드가 설치돼 있었고,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는 간판과 현수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공사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민간인 무단출입을 완벽히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였다.

차량통행로 입구에 일반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볼라드와 출입금지 간판.

출발 지점부터 2km 가량 들어와 김포대교를 눈앞에 둔 지점에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다. 폭발사고 현장이다. 주변에는 낚시꾼들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버드나무숲 물골 안쪽에 민물장어를 잡기 위해 어부들이 설치한 삼각망도 눈에 띄었다.

차량통행로를 경계 삼아 둔치 안쪽으로는 지난해 봄까지 드넓은 풍경을 선사하던 파밭은 모두 없어지고, 경지정리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반대편 한강 쪽으로는 버드나무와 습지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자연습지 구간이 펼쳐져 있다. 현장소장은 “한강변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하며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고양지구 하천정비사업 공사 구역을 가로지르는 비포장 통행로. 공사 완료후 차량통행로로 사용하기 위해 미리 가로수(이팝나무)를 식재해 놓았다. 길을 기준으로 둔치 안쪽은 공사가 한창이고, 한강수변부는 자연습지 생태계가 보존돼 있다.


어민·낚시꾼…민간인 계속 드나들어

일부에서는 이번 폭발물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매립됐던 지뢰가 밀물을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행주어부 이영강씨는 “탈북단체들이 강화도 앞바다에 투척한 쌀이 든 페트병이 조수를 타고 밀려와 행주선착장 근처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부들이 그물 말뚝을 박거나 장어잡이망을 치기 위해 수변부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버드나무숲 아래로 난 물골에 어부들이 설치한 장어잡이 삼각망.

한강 하구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A씨는 “군부대가 관리하던 시절에는 군에서 지뢰탐지 등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간에게 관리권한이 넘어온 이후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 같다”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낚시꾼들을 관리하는 데도 허점이 보인다. 고양시 한강수변 전 구간은 원칙적으로 낚시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파밭과 대덕생태공원 곳곳에서 낚시꾼들이 공공연히 낚시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고양시의 위탁을 받아 환경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양환경단체협의회 권해원 대표는 “관리책임이 고양시에 있는 창릉천과 공릉천은 민간 환경감시단이 수시로 순찰을 돌며 불법어로행위를 계도하고 있지만, 국가하천인 한강에 대해서는 고양시로부터 환경감시 의뢰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강하구 수변 곳곳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불법 낚시 행위.


공원 조성되면 접근인구 더 많아져

더욱 걱정되는 점은 고양시 한강하구 구간에 고양시와 경기도, 국토부가 다양한 친수공간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폭발사고가 발생한 행주대교~김포대교 사이 둔치는 앞서 밝혔듯 국토부가 ‘한강고양지구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사업비 136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생태연못, 생태공간, 광장, 산책로, 전망대 등이 설치되며 완공 목표는 2023년 12월이다.

이와 함께 고양시는 경기도 사업공모를 통해 대덕생태공원~행주산성 역사공원~장항습지까지 이어지는 ‘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개의 사업 모두 대부분의 수변부가 콘크리트 경사면으로 조성된 기존의 서울시 한강공원과 달리, 수변부 생태환경을 최대한 살려 자연친화적 휴식공간을 만든다는 게 공통적인 콘셉트다. 이처럼 시민들의 수변부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이번 폭발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경우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전 대책도 보다 정교하게 설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사고 폭발물의 종류와 유입경로를 명확히 규명한 후, 그에 맞는 방지대책을 군과 함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강고양지구 정비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있는 안전대책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주대교와 김포대교 사이에는 '한강변 파밭'이라 불리는 넓은 농경지가 펼쳐져 있었다. 2018년 찍은 사진.
지난해까지 드넓은 파밭이 펼쳐졌던 곳에는 현재 한강고양지구 생태공원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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