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덕기 『틈, 틈이 보이는 세상』 출간

매일 아침 지인들에게 띄운 안부 인사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풍경 따뜻하게 담아
한양문고 갤러리한, 19일까지 사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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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고양시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손덕기 예술감독이 그동안 찍은 사진과 글을 엮어 『틈, 틈이 보이는 세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7일에는 한양문고 갤러리한에서 사진전 오프닝 행사를 겸한 신간 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책 표지 글을 쓴 신정균 작가, 개그맨 이홍렬 씨, ‘독도는 우리 땅’의 정광태 가수, 심리학자 최원호 목사, 동국대 박영희 교수 등이 참석해 신간 출간을 축하했다.

손 감독은 사회를 맡은 손진기 문화평론가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어려서 꿈이 ‘거지에서 대통령까지 해보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50여 가지의 직업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사진을 전공했고, 일본대학 예술학부로 유학을 가서 사진학을 공부했다. 졸업 작품 ‘신주쿠의 외인부대’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대학 도서관에 영구 보관 중이다. 이후 한국일보 동경주재 기자로 6년간 활동하며 특종 기사도 여러 차례 썼다.

일본에서 20여 년간 살며 한국 스포츠에이전트 1호로서 조성민, 정민철, 선동렬 등 당시 최고의 야구선수들을 일본 프로야구단에 입단시켰고, 한국문화 전도사로 최초의 한류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어 한국 가수들을 일본에 소개하는 콘서트를 기획하고, 일본의 한류 팬들을 모집해 한국 문화 투어를 진행했다. 귀국 후에는 고양시에서 ‘두레콘서트’와 ‘손덕기의 쉼 콘서트’ 등 여러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몇 년 전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가족을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때 자신이 고독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아침마다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들을 모아서 이번 책에 실었다. 사진과 글은 시적 감성이 묻어난다. 글은 단문이지만, 짧은 분량 안에 유머와 반전이 담겨 있다.

‘집안에 돈이 쌓이면 싸움이 오고/ 웃음이 쌓이면 행복이 온다/ 나는 집안에 신뢰를 쌓고 싶다/ 신뢰가 쌓이면 돈이 쌓여도/ 웃을 수 있고/ 조금 힘들어도 또 웃을 수 있다/ 그러니 나만 믿고 내게 돈을 맡겨라!’ - 『틈, 틈이 보이는 세상』 중에서

사진 속 주인공들은 거리, 시장, 카페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는 “살아가는 동안 내 옆에 있는 분들을 기록하자는 의미에서 인물 위주로 포커싱을 한다”고 말했다. 전시된 100여 점의 흑백사진은 아크릴에 직접 인쇄를 한 것이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카메라 사진 작업은 그만두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찍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작품은 그 결과물이다.

“사진과 글 모두 틈틈이 작업한 것이어서 책 제목을 그렇게 정했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어서 영상과 글로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아침 70명에게 글을 보내고 SNS에도 올려, 하루에 3천 명 정도가 봅니다. 그중 항상 답글을 보내주는 분도 있습니다.”

매일 아침 ‘참 좋은 친구’라는 편지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손 감독. 모든 글에 마침표가 없는 이유는 “여러분과 끝내지 않겠다”는 뜻이고, 사진에 제목이 없는 것은 관람객의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냥 보이는 대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출판을 제안한 개그맨 이홍렬 씨는 “나이 든 사람들이 보내는 충고 글과 달리 그의 글은 따듯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가슴에 남는 글들”이라고 축하 인사를 했다. 행사 말미에 한 참가자는 “앞으로 고양시에 대한 사진도 많이 찍어 달라”고 당부했다. 답변으로 그는 고양시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고양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기록하는 ‘고양시 견문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달 1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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