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

11월 2일 호수공원 주제광장
고양의 다양한 하천 만나고
한강, 덕양산 오솔길 지나
북한산에 닿는 ‘물길 바람길’

[고양신문] 11월의 첫 토요일인 다음달 2일,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린다. 고양의 아름다운 가을길을 따라 고양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호수공원과 한강, 행주산성과 북한산을 이어 걷는 축제다. 특히 올해부터는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사과나무치과병원의 협력으로 자연과 함께 하는 건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행사로 진행된다. 함께 걷게 될 코스를 미리 다녀왔다.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 출발지점인 호수공원 주제광장.

호수공원에서 힘차게 출발
출발점은 호수공원 주제광장이다. 호수공원은 늘 예쁘지만, 그중에서도 가을 아침의 풍경은 일년 중 가장 특별하다. 하나 둘 가을옷을 갈아입은 나무들과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수면의 일렁임이 나들이의 설레임을 더한다. 복장과 코스를 다시 한 번 점검한 후 기운찬 발걸음을 시작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애수교를 건너 작은 샛문을 지나면, 호수공원의 수원지인 청평지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작은 공원이 나타난다. 샘터광장 앞에서 우측 계단을 내려와 일산신도시와 장항1동의 경계를 이루는 농수로를 따라 걷는다. 일명 ‘이가순 수로’라 불리는 이 물길은 3·1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지사 양곡 이가순 선생의 넋이 깃든, 고양땅 농경지를 적셔주는 젖줄이다. 텃밭과 과수농가를 지나는 한적한 시멘트길을 따라 이가순 수로와 나란히 걷다 보면 일산신도시 남쪽 경계의 꼭지점인 섬말다리에 닿는다.

섬말다리에서 바라본 도촌천과 누리길.

도촌·장항·대장천 차례로 지나
‘섬말’을 한자로 표기하면 도촌(島村), 섬말다리 아래를 흐르는 하천 이름도 도촌천이다. 한강 제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곳까지 한강물이 넘나들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이름이다. 도촌천 둑방길을 따라가면 이내 장항천이 나타나고, 일산들녘의 물줄기를 한강으로 흘려보내는 신평배수펌프장 부근에서 다시 대장천, 행신천과 만난다. 바람누리길은 평소 이름만 들어본 고양의 다양한 하천들을 직접 두 발로 걸으며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천변 둑방에선 코스모스, 쑥부쟁이와 같은 가을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나들이꾼에게 인사를 건네고, 물가에선 백로와 오리들이 한가로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개통한 대장2교 다리 위는 수백마리의 물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탐조 포인트다.

행주대교 하단의 행주어촌계 선착장.

탁 트인 한강의 시원한 조망
길은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부 터널을 지나 토당동·행주동 벌판으로 이어진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논밭과 비닐하우스 사이로 난 농로길은 도농복합도시 고양의 또 다른 얼굴이다. 행주IC가 가까워질 때쯤, 다시 한 번 하부터널을 통과해 자유로를 건너면 조금은 답답했던 시야가 탁 트인다. 한강이다. 군부대 철조망이 제거된 구간 너머 강변 둔치에는 드넓은 파밭이 펼쳐진다. 푸르른 파밭과 한강, 그 너머 김포땅과 하늘이 중첩되며 수평의 쾌감을 선물한다.
행주대교 교각 아래는 행주어촌계 어선들의 선착장.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삶을 이어오는 도시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다. 행주외동 먹거리마을을 왼쪽에 두고 한강변을 따라 행주산성 역사공원으로 향한다. 중간에 머리를 늘어뜨린 버드나무와 강물 위에 떠 있는 어선들을 배경으로 멋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프레임도 설치돼 있다.

10km 종착점인 행주산성역사공원 전경.

10km 종착점, 행주산성역사공원
드디어 오전 일정의 종착점, 행주산성역사공원이다. 고양시에서 한강을 가장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구간인 이곳은 시원한 한강을 배경 삼은 넓은 잔디밭이 일품이다. 공원 곳곳에는 행주강을 건너던 나룻배, 행주산성을 지킨 선조들의 조형물, 그리고 색색의 바람개비가 소박하게 공원을 꾸미고 있다. 특히 버드나무가 운치 있게 늘어진, 돌계단과 자갈돌이 깔린 빨래터는 찰랑이는 한강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어 가장 인기 있는 휴식공간이다. 둔치 위쪽 주차장 주변에도 군 초소를 리모델링한 전망대를 비롯해 고양8현의 시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평화의 염원을 담은 철조망 보존구역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다. 공원 끄트머리에 자리한 한국농어촌공사 행주양수장은 한강물을 퍼올려 고양과 파주 들녘까지 농업용수를 흘려보내는 소중한 시설이다. 양수장 정문 앞에 놓인 양곡 이가순 추모비를 잠시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자.
이곳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 10km 코스는 마무리된다.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30km 코스를 신청한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출발신호와 함께 다시 남은 걸음을 시작하게 된다.

행주산성역사누리길 오솔길 끝에서 만나는 진강정.

덕양산 오솔길 지나 강매석교까지
오후 일정의 시작은 덕양산 자락을 산길로 돌아 넘는 행주산성역사누리길이다. 그동안 평지만 걷다가 만나는 첫 고비이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통과하는, 바람누리길 전 구간 중 가장 멋진 코스이기도 하다. 덕양산 오솔길에는 두 개의 전망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108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나타나는, 덕양산 서남쪽을 바라보는 초소전망대고, 다른 하나는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진강정이다. 진강정에서는 덕양산의 동쪽 시야가 탁 트여있어 서울로 이어진 한강과 강변북로,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창릉천길과 최종 목적지인 북한산의 자태가 한 눈에 조망된다.       

고양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강매석교.

진강정에서 계단을 따라 덕양산을 내려오면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행주수위관측소가 나들이꾼을 반긴다. 이제부터 창릉천을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북한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강고산마을 앞 창릉천 하구는 코스모스 축제가 열렸던 곳이다. 아직 남아있는 꽃잎들이 짧은 가을과 이별하고 있다. 강고산 마을 모퉁이를 돌면 강매석교가 나타난다. 고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품은 아름다운 돌다리다. 석교 건너편 하중도에도 황화코스모스가 가득하다.

북한산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휴식처인 덕수생태공원.

덕수생태공원서 잠시 숨 돌리고
이제 창릉천 둔치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자전거길을 따라 부지런히 속도를 내며 봉대산과 화도교, 벌말과 화전교를 차례로 통과한다.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를 지나면, 창릉천은 도래울마을, 삼송신도시와 차례로 만난다. 신도시 구간은 친수공원으로 조성돼 한결 쾌적하다. 도래울마을에는 최근 단장을 마친 물바람공원이, 삼송신도시 초입에는 저류지 역할을 겸하는 덕수생태공원이 바람누리길을 찾는 나들이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걷기축제 행렬 역시 덕수생태공원에서 잠시 여정을 멈추고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운동화끈을 졸라매고 다시 길을 나서니 고층아파트 사이로 목적지인 북한산이 선명하다. 수변에는 백로와 청둥오리들이 노닐고, 기울어진 오후 햇살을 받은 물억새의 흰 솜털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온 발걸음은 점점 뻐근해지지만, 가을정취에 흠뻑 취한 마음은 오히려 갈수록 가뿐해진다.  

흥국사 입구 사곡교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자태.

북한산의 넉넉한 품 안에  
통일로와 창릉천이 교차하는 덕수교를 지나면 길은 둔치에서 둑방 위로 올라선다. 위쪽으로는 지축지구 택지개발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축교를 지나서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은평뉴타운이 조성된 서울시 은평구 구간을 지나야 한다. 내년 걷기축제때는 지축지구 개발공사가 마무리돼 풍광이 훨씬 아름다운 지축동 싸릿말 둑방길을 따라 바람누리길의 온전한 모습을 밟게 되기를 기대해보자. 
가까워질수록 북한산은 점점 웅장한 자태를 더한다. 특히 흥국사 입구에 놓인 사곡교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모습은, 창릉천 상류 물줄기와 어우러져 으뜸의 풍경을 연출한다. 어느덧 북한산국립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물길과 바람길을 따라 30km를 완주했다. 호수공원과 한강, 행주산성과 창릉천, 그리고 북한산을 느긋한 걸음으로 연결했다는 기쁨이 차오른다. 더 많은 벗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남기며 이 길을 함께 걷게 될 다음달 2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2019 바람누리길 걷기축제 참가 안내
출발 : 11월 2일(토) 오전 9시, 호수공원 주제광장
참여코스 : 10km 호수공원~행주산성, 30km 호수공원~행주산성~북한산
참가비 : 무료
참가신청 : 고양신문 홈페이지
문의 : 010-6591-2900
 참가자 전원 기념품 지급/ 최다참가단체·학급·가족 외식비 지급(30km 해당)

대장천을 가로지르는 대장2교 아래에 여러 마리의 물새들이 노닐고 있다.
강고산마을 창릉천 둔치의 코스모스밭.
삼송신도시를 따라 조성된 창릉천 수변공원길.
지축교에서 바라본 은평뉴타운과 북한산 능선.
30km 코스의 골인지점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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